10대사 매출원가율 92.4%…수익성 난조 불가피현대·대우·현대ENG·DL·롯데 작년말대비 원가율↑주택사업 원가관리 취약…시멘트값도 요지부동
  • ▲ 수도권 아파트 재개발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수도권 아파트 재개발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매출원가율이 다시 상승조짐을 보이면서 건설업계 하반기 실적에 먹구름이 꼈다. 주택에 편중된 건설사들의 현 사업구조는 원가율 상승과 그로 인한 역마진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 등을 통해 원가율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수익성 난조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일 반기보고서 분석결과 상반기 연결기준 10대건설사(삼성물산 제외) 매출원가율은 92.4%에 달했다.

    매출원가율이란 매출에서 자잿값·인건비 등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원가율이 낮을수록 사업을 통해 얻는 마진이 크고 높으면 그 반대다.

    2020년대 초반까지 80% 중후반을 유지하던 건설업계 원가율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여파로 90%대까지 치솟았다.

    상반기엔 9개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별도)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롯데건설 5개사 매출원가율이 지난해말보다 높아졌다.

    현대건설은 매출원가율이 94.8%로 지난해말 94.6%대비 0.2%p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94.8%에서 소폭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전환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상반기 89.5%, 하반기 89.6%로 80%대를 유지하다가 올상반기 90.8%로 올랐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은 95.1%에서 95.7%, DL이앤씨는 90.2%에서 91.2%로 각각 원가율이 상승했다.

    롯데건설은 91.6%에서 94.4%로 2.8%p 오르면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올상반기만 놓고 보면 1분기에서 2분기로 갈수록 원가율이 오르는 양상이다.

    예컨대 현대건설 원가율은 1분기 93.0%에서 2분기 96.6%로 1분기만에 3.6%p 올랐다.

    같은기간 9개사 평균도 92.2%에서 92.6%으로 올라 원가율이 전반적인 상승국면을 나타냈다.
  • ▲ 시멘트 유통기지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 시멘트 유통기지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이처럼 건설사들이 원가율 압박에 시달리는 이유는 주택에 집중된 사업구조 영향이 크다.

    상반기 기준 10대건설사 전체 매출대비 주택·건축부문 매출비중 평균은 61.5%에 달하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주택사업 경우 계약체결 단계에서 공사비가 확정돼 추후 원자잿값 인상분을 보전받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주택품질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고 안전관리 강화, 하자보수 등 요인까지 더해져 원가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상반기 별도기준 건축·주택부문 매출원가율이 96.5%로 플랜트부문 92.6%보다 3.9%p 높다.

    DL이앤씨도 △주택 93.8% △플랜트 85.5%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의 원가율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가율 상승의 원흉으로 꼽히는 시멘트 등 자잿값이 요지부동인 까닭이다.

    건설업계는 원재료인 유연탄값 하락을 근거로 시멘트값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멘트업계는 생산·출하량 감소를 이유로 가격인하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현재 정부가 검토중인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시멘트값 인하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강업계도 철근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어 건설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달 발표예정인 자잿값 안정화 방안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해당방안엔 원자잿값 하락분이 반영되지 않는 시멘트 등의 가격하락을 유도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비 조정방안과 마찬가지로 강제성 없는 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단순한 유도나 권고가 아닌 실질적인 가격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