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불구 인적 드물어…노브랜드 휴업일엔 시장도 부진노브랜드 유치 후 방문자, 매출도 크게 증가…젊은층 유입됐다산성시장과 겹치는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빼고 와인, 주류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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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오늘은 시장에 사람 없는 날이에요. 문 닫은 곳도 많고.”대전 산성뿌리전통시장(이하 산성시장)의 한 야채가게 상인의 말이다. 통상 사람들로 가장 붐벼야 할 일요일 오후 4시께 산성시장은 그야말로 적막했다. 시장을 찾은 사람은 시장 골목을 다 합쳐도 두어명에 그쳤고 아예 문을 닫은 상점들도 적지 않았다. 이 시장 괜찮은걸까 의심이 들 정도.재래시장에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 이런 싸늘함이 감도는 원인은 따로 있었다. 10월 두 번째, 네 번째 일요일은 대전 지역에서 대형마트가 휴점을 하는 날이다. 이는 산성시장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시장 내 위치한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휴점을 하면서 시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찾는 사람이 줄다보니 일부 상인들은 아예 ‘노브랜드’ 휴무일에 맞춰 가게를 쉴 정도다.‘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의무휴업으로 쉬던 지난 25일 대전 산성시장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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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산성시장에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그야말로 간판 같은 존재가 되고 있었다. 시장 입구를 비롯 곳곳에 걸린 ‘노브랜드’ 간판은 이제는 산성시장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는 것이곳 상인들의 말이다. 단적으로 이튿날인 26일 산성시장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월요일 오전, 가장 방문객이 적은 시간에도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전일과 달리 시장 가게도 앞다퉈 문을 열면서 시장 전반의 활력이 크게 늘어났다.그리고 여기에는 의무휴무를 끝내고 영업을 개시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있었다.김태성 산성시장 상인회장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의무휴업으로 쉬는 날에는 눈에 띄게 시장 방문객이 줄어들기 때문에 아예 가게 문을 닫고 쉬는 상인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시장 입장에서는 의무휴업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이어 “지난해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시장에 입점하면서 방문자의 증가는 물론 가게마다 차이는 있지만 약 40% 가량의 매출 상승효과가 있었다”며 “무엇보다 가장 의미 있는 것은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던 젊은 고객의 유입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실제 이날 산성시장에서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다 그대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찾는 청년이나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시장을 둘러보는 방문객도 있었다. 과거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입점 전에는 아예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고 한다.산성시장은 대전에 서남부에 위치한 시장으로 매장 면적 6125㎡, 점포가 54개에 불과한 소규모 시장이다. 소매중심으로 녹·축·수산물과 식품, 의류 등을 중심으로 판매하다 보니 시장 인근에 오픈한 식자재마트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기존에 시장을 찾던 노년층 외에 젊은 소비자들이 모두 마트만 찾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매년 방문객이 줄어가는 상황이었다.김 회장은 “시장에 방문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핵심 상점이 필요하다 판단했고, 이를 위해 이마트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의 입점을 제안했다”며 “처음에는 대부분의 상인들이 반대하면서 우려를 표했지만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입점한 다른 시장 견학 후 압도적인 찬성으로 입점을 성공시켰다”고 말했다.입점 과정에서 이마트 측에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의 상품 중 산성시장과 겹치는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등을 빼고 와인, 주류을 강화한 것도 주효했다. 자연스럽게 ‘노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시장의 방문과 매출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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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기획을 추진해온 김원기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TF 과장은 산성시장을 이마트의 상품 경쟁력을 재래시장과 함께 상생한 성공사례로 꼽았다.그는 “처음에는 상인분들의 반발도 우려했는데 대부분 환영해 주셨고 상인회의 적극적인 요청과 협조로 원만하게 산성시장 내 출점이 가능했다”며 “현재 전국 재래시장에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의 입점 문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추가 출점에 대해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하지만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입점에 대한 단점도 분명하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대기업 이마트가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 때문에 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라 월 2회 의무휴업일이 의무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시장 입장에서는 이 휴업일이 가장 큰 골치다. 전통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이제는 전통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고민이 된 셈이다.김 회장은 “사실 재래시장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이제 대형마트가 아니라 새벽배송 등의 온라인 시장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기왕이면 휴업일 대신 노브랜드 영업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