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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가 3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두산그룹이 3조 자구안의 일환으로 인프라코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실적 호조가 향후 매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761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9일 공시했다. 동기간 매출 또한 1조9284억원으로 3.9% 늘었다.
회사 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중국 시장의 성장과 전 세계 건설기계 수요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건설업 회복으로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 지역에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시장에서만 올해 굴착기 수요가 27만5000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20만대 규모의 시장인데 중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며 굴착기 수요 또한 늘어날 수 있다 관측한다.
이와 동시에 유럽 등 세계 각 지역에서도 건설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판매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그룹이 아닌 다른 기업에게 넘어갈 수 있단 점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또한 매각 대상에 포함돼 인수자 물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는 현대중공업, GS건설, 유진기업 등 6곳이 뛰어들었다. 시장에선 인수가격 협상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두산그룹으로선 고심에 빠졌다.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는 인프라코어를 당장 내다팔기에는 그룹 입장에서 너무나 아쉬운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일정한 수익이 보장됐단 점 또한 매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두산그룹이 인프라코어 매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조원 정도의 몸값을 다시 측정한 뒤 제값을 받지 못하면 매각을 철회할 수 있단 얘기가 나오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올 한해 두산솔루스, 모트롤 BG, 두산타워, 클럽모우 CC 등을 매각하며 1조5000억원 가량을 확보했다. 3조원 가운데 절반을 확보한 터라 남은 빚은 사업을 진행하며 갚을 여지가 생겼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이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어, 빚 상환에는 큰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입장에선 여러모로 인프라코어 매각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DICC) 관련 소송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최대 부담액이 1조원에 달하는 본 소송이 막판까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중국법인을 설립하며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는데,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회사 보유 지분을 팔 수 있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후 IPO는 이뤄지지 않았고 투자자가 지분을 되파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겼다. 이에 서울고법(2심)은 인프라코어에게 "약 7000억원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 호조로 두산그룹에선 인프라코어 몸값을 높여 부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며 "인수자 입장에선 소송 리스크 등도 있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