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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협회가 13일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차기 회장 선출을 확정지을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선출이 이상없이 마무리되면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이 한창인 생명보험협회, 전국은행연합회도 관료 출신 인사 영입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손해보험협회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15개 정회원사 대표들이 참석하는 총회를 열고, 정 전 이사장의 회장 선출을 결정한다.
회원사들은 저녁만찬 성격의 총회 모임을 통해 관련 건을 논의하고, 금일 늦은 오후에나 해당 내용을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앞서 3차 회의를 열고 정 전 이사장을 차기 단독 회장 후보로 결정한 바 있다.
정 전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행정고시 27회로, 1986년 당시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후 금감위 은행감독과장, 금융서비스국장, 상임위원을 거친뒤 증권금융 사장을 거쳐 거래소 이사장이 됐다.
해당 총회서 선출이 확정되도 정 전 이사장은 다음달 18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업계는 해당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협회와 한국거래소의 업무 연관성이 전혀없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서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심사 역시 완료되면 다음달 말 공식 취임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도 비슷한 인사가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생명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18일 첫 회의를 열고 회장후보 선임 일정 등을 논의한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미래에셋생명 등 5개사 대표와 장동한 한국보험학회장(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성주호 한국리스크관리학회장(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등 총 7인으로 구성됐다.
금융권에서는 생명보험협회장 후보로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보험업계 내부에선 진 전 원장을 유력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진 전 원장 역시 재무부, 재정경제원을 거쳐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금감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정통관료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전국은행연합회도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6대 금융협회장 중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이 이미 경제관료 출신인데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까지 해당 인사가 단행될 경우 은행연합회 역시 흐름에 동참하기가 수월해진다.
유력 은행협회장직 후보군에 올랐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해당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차기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금융업계에 대한 '관피아 논란' 여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정무위원회 국감에 이어 최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금융권 낙하산 인사를 지속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모든 사기업이나 협회가 기관에 유리한 관련 공직자를 모셔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4년 뒤, 5년 뒤 내가 갈 수도 있는데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 그럼 공무원 재취업 심사는 왜 있냐"고 지적했다.
예결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융위원장은 공무원의 선의를 믿어달라고 하지만 국민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고민을 해서 금융위 차원 대책 마련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손보·생보 협회, 은행연합회 모두 관료 출신으로 수장이 선임되면 6대 금융협회 중 금융투자협회를 제외한 모든 곳이 관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며 "대정부 협상력 상승 효과와 정권 교체기에 쏟아질 각종 민원 및 규제 등 외풍 차단을 노리며 '관피아' 논란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금융권 업계의 행태가 이 같은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