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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업계의 예금보험료(이하 예보료) 인하 요구가 거세다.
생명보험협회는 현행 예금보험료 산정방식이 과도하다며 제도개선을 건의하고 나섰다. 예금보험공사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공개적으로 예보료 인하를 주장하는 방식으로 예보를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예금보험공사는 특정 업권에 대한 예보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협회와 예보간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예보료는 은행·보험 등의 금융회사가 경영부실 등으로 지급불능 상태가 됐을 때 예금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예보에 미리 쌓아두는 돈이다.
보험사들이 예보에 매년 납부하는 예보료는 보험 계약자에게 향후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쌓는 책임준비금과 한 해 동안 받는 수입보험료를 더해 2로 나눈 산술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은행 등 다른 금융권의 경우 예금의 연평균 잔액으로만 예보료가 산출된다.
보험업계는 적립목표가 정해진 게 아니라 책임준비금의 일정비율로 거둬들이다 보니 책임준비금이 늘어날수록 적립 목표 규모가 늘어 예보료를 계속해서 쌓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최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의 핵심 과제로 ‘예금보험제도 개선’을 꼽았다.
신 회장은 "예보료 내다 망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업계의 부담이 크다”며 “과도한 예금보험료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보협회는 작년 말 예보에 예보료 부과기준을 수입보험료로 변경해 줄 것을 건의한데 이어 금융당국에도 예보료 인하를 주장할 방침이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업계가 납입한 예보료는 7721억원으로 5년새 약 2배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면 2023년에는 1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책임준비금 증가로 인해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예보료도 할증되는 구조라 이중부담이 따른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작년 말 예보료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예보료 인하를 건의했지만, 예보에서는 검토하겠다고 하고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며 “지루한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예금보험공사는 특정업권에 대한 예보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권별 이해관계와 예보료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형평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IMF 외환위기 당시 생보 쪽에만 1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기금부족 사태가 생기면 결국 국민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위성백 예보 사장도 보험사에 대한 예보료율 인하에 대해 어렵다는 뜻을 밝혀왔다.
예보 정책제도팀 관계자는 “과거 책임준비금에만 예보료를 받았으나 보험사들이 부담이 된다고 해서 제도를 변경했으며, 생보업계의 입장을 반영해 예보료를 감면해주기도 했다”며 "예보료는 부실이 발생할 경우 계약자보호를 토대로 마련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특정 업권만 산정체계를 변경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달께 금융당국과 예보, 업권 간에 의견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예보료 산정체계 및 목표기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협회와 예보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는 보험업계의 요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인천 계양구갑,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2019년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시 보험업계의 과도한 현행 예금자보호제도의 문제점 분석 및 개선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주장했다.
보험소비자의 예보료 부담이 최근 5년간 연평균 18%씩 증가했는데 이는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예금보험료 산정체계는 2011년 개편된 이후 변화 없이 유지돼 왔다”며 “재무건전성이 강화된 최근 금융환경 및 금융업권별 실질위험, 금융소비자간 형평성 등을 충분히 반영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 현행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