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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참여한 프랑스계 AXA(악사)손해보험 예비입찰이 지난 9월 진행됐지만 아직 본입찰 일정을 잡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다 경쟁과 제로금리 여파로 수익내기가 어려워진 보험시장에서 인수·합병(M&A) 매물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데다 AXA손보가 별다른 피드백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고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AXA 손보 매각 예비입찰에 교보생명만이 참여했다.
당초 카카오페이,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도 예비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자동차보험에 편중된 보험 포트폴리오와 수익성 대비 높은 인수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AXA손보의 지난해 총 보험료 중 자동차보험 비중이 85%에 가깝고, 같은기간 영업손실이 385억원으로 적자 전환을 했음에도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가는 2000~30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같은 이유에도 교보생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해당 인수 움직임을 강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자회사이자 온라인 생보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을 보유하고 있는데,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온라인 보험사는 라이선스를 별도로 취득하지 않고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해당 시기를 타고 매물시장에 나온 AXA손보 인수를 통해 디지털 보험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AXA손보는 몇해전까지만해도 교보생명의 자회사였다. AXA손보 모태는 2000년 설립된 한국자동차보험으로, 2001년 한국자동차보험은 교보생명에 인수된 뒤 교보자동차보험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2007년 AXA에 인수됐다. 만약 해당 인수가 성사될 경우 13년만에 양사가 재결합을 이뤄내며, 교보생명 입장에선 정통성을 이어나갈 수 있다.
문제는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인수 의사를 밝힌지 2개월여가 지나가도록, AXA손보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으며 관련 M&A가 답보 상태라는 점이다.
기업간 M&A 진행시 예비입찰 진행 후 관련 의사를 밝힌 기업에 피인수 기업이 구체적 협상 일정 등 다음 단계를 이어가기 위한 공지를 송달하는데, 해당 답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AXA손보 측에서 어떤 답변이 와야 현장실사, 본입찰 등 M&A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잡는데,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일부 언론보도에선 저희 측에서 해당 인수 움직임을 고의적으로 갖고 있지 않다는 식의 보도가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AXA손보 측의 입장이 와야 다음 스텝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AXA손보 측도 "지난 9월 교보생명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 외 업데이트된 내용이 없다"며 "이번 M&A 건과 관련되선 추가적으로 언급할 멘트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AXA손보 측이 교보생명 오너 리스크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현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간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계약으로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FI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중재 절차를 진행한 상태며, 신 회장 측과 FI와의 풋옵션 가격 격차는 8000억원에 달한다. ICC 판결에 따라 신 회장이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AXA손보가 진행 중인 예비입찰이 '논 바인딩(non-binding)' 방식으로 진행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논 바인딩' 방식의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어 매수 의사가 없어도 기업 정보를 얻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많다. 때문에 AXA손보 측에서 교보생명이 입찰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인수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양사간 M&A에 앞서 여러 변수들이 존재하고, AXA손보가 외국계 기업이라 내부 승인 결재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며 "올해를 넘기기 전에 양사가 관련 이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여부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