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3자배정… 3자연합 배제산은측 지분 10% 전망… 조원태 백기사 기대경영권 안정 vs 성과 따라 위험요인
  • ▲ 조원태 회장.ⓒ한진그룹
    ▲ 조원태 회장.ⓒ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산업은행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밀리고 있는 조 회장으로서는 '한진칼 3자배정 유상증자' 카드는 천군만마 격이다.

    현재 조 회장 지분은 우호지분을 합쳐도 41.3%로 46.7%의 3자연합에 5%나 뒤져있지만 10% 가량의 지분을 취득할 산은이 백기사로 나설 경우 3자연합을 따돌릴 수 있다.

    일각의 주장 처럼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지만 달리 선택 여지도 적은 형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아시아나 경영정상화를 위해 한진칼과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겉 보기엔  딜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대한항공 지원의 모양새다.

    하지만 속내들 들춰보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을 돕는 동시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항공 빅딜의 카운터파트너는 줄곧 조원태 회장이었다.  한진칼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KCGI를 비롯한 3자연합(조현아, 반도건설)은 처음부터 배제했다.

    결정과정에 참여한 한 인사는 "3자 주주연합은 특정목적을 위해 모였을 뿐, 경영권을 행사할 만한 실체가 없다"고 언론인터뷰를 통해 설명했다.

    정부는 아예 "우선은 한진그룹의 동일인인 조원태 회장과 거래하는 게 맞다"고 못을 박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진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총 3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완성된다.

    핵심은 한진칼이다. 한진칼이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데 산업은행이 5000억원을 참여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도 인수한다. 이로 인해 산업은행은 유증 이후 한진칼 지분을 약 10%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배정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조원태 회장 측과 3자연합의 지분율은 각각 약 41%, 약 46%에서 희석된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약 36%, 3자연합은 약 40%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산은이 한진칼 3대주주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3자연합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진칼에 대한 영향력이 그만큼 약해지고, 경영권 다툼에서 새로운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KCGI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원태 회장의 사재출연도 없이 국민의 혈세만을 이용해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 및 아시아나까지 인수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 전체를 상대로 유증을 실시하고, 실권이 생기면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며 “KCGI는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경영권을 견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만큼 표대결에서 3자연합의 손을 들어줄 경우 조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힘들어 질 수 있다.

    일단 조 회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항공산업 시장 재편으로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경영 실패 또는 산은과의 의견 충돌이 발생할 경우에는 그만큼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3자연합과 산은 사이에서 아찔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만큼, 향후 조 회장의 행보는 조심스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진칼에 지원된 산업은행의 8000억원은 대한항공에 빌려주게 된다. 대한항공은 내년 초에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앞서 이 돈을 아시아나 신주 인수대금에 사용한다. 인수대금은 총 1조8000억원이지만, 일단 아시아나 영구채 인수에 3000억원, 인수대금의 계약금 명목으로 3000억원을 사용한다.

    산업은행이 지원한 8000억원이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에 전달되고, 이 가운데 6000억원이 아시아나에 흘러가게 된다. 덕분에 아시아나는 연말까지 6000억원의 자본 확충이 이뤄져 유동성 숨통이 트이게 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 1조8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유일하게 3자연합이 참여할 수 있는 유증이다. 3자연합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매입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대한항공 지분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한항공 유증에 참여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자연합 관계자는 “대한항공 유증에 참여할지에 대해 향후 입장이 정리되면 발표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1조50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대한항공이 참여해 최대주주가 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이 2조5000억원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