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스타트업 '사이파이브'에 357억원 투자...지분 8.5% 확보하며 경영참여 선언ARM 독점 구조 깨지는 미래 반도체 설계 시장에 베팅인텔 낸드사업에 10조 투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 선행 투자 '스타트'...미래 대비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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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퀀텀점프에 나선 것과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23일 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미국의 오픈소스 기반 반도체 아키텍처 스타트업인 '사이파이브(SiFive)'에 357억 원을 투자하며 지분 8.5%를 취득했다.

    이 회사는 이번에 SK하이닉스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등으로부터 총 6000만 달러(약 710억 원)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인텔, 퀄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로부터도 투자를 받은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사이파이브가 보유한 반도체 아키텍처 기술이 향후 반도체 설계 기술 시장 판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개발해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 설계 기술 '리스크파이브(RISC-V)'가 현재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영국 ARM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미국의 엔비디아가 AMR을 인수키로 하면서 반도체 설계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사이파이브의 몸값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사이파이브 투자로 지분 확보와 동시에 이사회에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반도체 설계 기술 분야를 들여다보며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됐다. 내부 임원 중 한명이 이사 역할을 겸직하며 협력 구조를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파이브 외에도 반도체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SK하이닉스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홍콩에 기반을 둔 벤처투자 자회사를 통해 중화권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탐색도 이어지고 있다. 자본금 606억 원 규모로 운영되던 홍콩 벤처투자 자회사에는 올해에만 40억 원 가까이 신규 자금이 투입되면서 투자 여력을 한층 더 키웠다.

    파운드리 분야에도 간접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3월 SK하이닉스가 출자에 참여해 설립한 '매그너스사모투자합자회사'가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키파운드리)와 청주공장을 인수해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여기에 2073억 원을 투자해 지분 49.8%를 확보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본격적으로 해당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기회를 탐색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올해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10조 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빅 딜인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가 추진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점인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확보와 함께 미래 먹거리인 시스템반도체 육성에도 힘을 실으면서 사업 전반의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 이후에는 유망한 시스템반도체 기술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도 발 빠르게 시스템반도체 관련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 '이노비움(Innovium)'에 투자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선점에 힘을 주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단기간 내에 앞선 기술을 따라잡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이고 선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위주로 이어온 기업들은 지금처럼 초기 기술기업에 투자와 협력을 이어오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