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달러화 급등락…외화예금 사상 최대 ‘59조원’코로나 이후 ‘실질 장기금리’ 하락에 달러약세, 日‧中 급반등美 인플레 압력 회복, FRB 금융완화책에 명목장기금리 억눌려FRB 금융완화책 변화 없으면 달러약세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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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인들이 저가 매수를 노리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미 달러화가 앞으로도 계속 약세를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 수준에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인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527억800만달러(약 58조 5744억원)로 집계됐다.달러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 10월말(526억2800만달러)보다 더 많은 수준으로 연일 수천억원 가량 불며 최대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미국 달러로 환전해 통장에 넣어뒀다가 출금할 때 원화로 받는 달러 투자 예금이다. 1%대로 금리가 낮은 상품이지만 환차익을 얻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달러예금이 일제히 불어난 것은 최근 원화 대비 주요국 화폐의 환율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원‧달러 환율은 코로나 발생 직후부터 지난 4월까지 6.6%가량 강세를 보였으나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갑자기 하락세로 반전되면서 올 10월까지 다시 고점 대비 –7%가량 하락해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지난 23일 기준 1110.4원으로 전거래일보다 3.9원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약달러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자 너도나도 ‘달러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 지속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인 ▲양국 화폐의 구매력 차이 ▲이자율 차이 ▲투기 중에서 주요국의 실질이자율(금리) 차이에 중점을 두고 보고 있다.
실질이자율 파악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장기금리 추이를 보면 미국의 실질 장기금리는 코로나19 발생직후부터 마이너스로 전락해 –1%까지 하락했다.반면 유로권이나 일본, 독일, 영국 등의 실질 장기금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급반등했다. 실제로 유로권은 코로나 발생 전후로 실질 장기금리가 –1%에서 0%로, 일본도 마이너스권에서 플러스로 반등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구매력)을 차감한 것이다. -
코로나발생 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일시적으로 전년동월대비 0.5%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1%를 넘는 수준으로 반등했다. 반면 유로권과 일본,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로 전락했다. 미국과 달리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압력에 직면한 것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코로나19 발생 후 바로 이 인플레 압력 회복이 미국의 실질 장기금리가 마이너스로 급락한 배경”이라며 “유로권과 일본, 중국은 코로나19로 디플레 압력이 높아진 반면, 미국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디플레 압력에서 벗어나 인플레 압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질적인 실물경제 타격은 미국보다 유로권, 일본, 중국 등이 훨씬 더 컸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는 "이처럼 인플레 압력 회복 속에서도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제로금리와 양적확대책 재개로 인해 미국의 명목 장기금리는 1%포인트 가량 하락했다"며 "그 결과 미국의 실질 장기금리도 –1%까지 하락한 것"이라 분석했다.
FRB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관리목표치인 2%를 넘더라도 제로금리와 양적확대책 등의 금융완화책을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소장은 “코로나19사태 이후 실질 장기금리 하락에 의한 달러 약세는 FRB의 금융완화책에 의해 명목 장기금리가 억눌려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인플레 압력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FRB는 현재보다 금융완화를 더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FRB의 금융완화책 변화가 없는 한 달러약세가 현재 수준에서 더 가속화되기는 힘들고 당분간 현재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