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SK 포스코 한화 효성 두산 등 앞다퉈 추진'2050년 탄소중립' 맞춰 비전 수립… 수 兆 단위 투자 시동정부 로드맵 발표 이후 뒷짐… 내년 예산 800억에 불과
  • 국내 주요기업들의 수소 사업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현대차 그룹을 시작으로 한화, 두산에 이어 SK그룹도 수소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포스코도 수소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의 수소사업 진출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주요 선진국들이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0)'를 선언한 이후 수소사업은 살기 위해서 반드시 내딛어야 하는 영역으로 성큼 다가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소사업 진출을 발표한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수소경제 연구를 위한 추진단을 운영 중이다. SK그룹은 오는 2025년 액화수소 28만톤(t)을 생산하고 수소생산부터 유통, 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SK E&S를 중심으로 액화수소를 생산한고 SK이노베이션을 통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이 내다보는 수소사업은 2025년 30조원 수준이다.

    효성그룹도 울산에 연간 1만3000t 규모의 수소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며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생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수소산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현대차 그룹은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에만 7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차는 10년간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면 연간 수소전기차 50만대 생산체제를 통해 25조원 규모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거액의 투자금을 수소사업에 쏟는 이유는 세계적인 탈탄소 움직임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열고 "2050년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대세가 됐다"고 했다.
  • ▲ 고성 삼천포 화력발전소 앞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손피켓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 고성 삼천포 화력발전소 앞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손피켓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50년 세계 수소 시장 규모가 연 2조5000억달러에 달하며 관련 일자리도 3000만개 이상 생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도 수소차를 중심으로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30년 뒤 먹거리를 위해 지금부터 기약없는 투자에 나선 기업들이다. 수소경제 활성화는 이뤄지겠지만, 수소를 어떻게 생산해야 하는지부터 또 어떤 방식으로 유통하고 활용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당장 수소산업이라 할만한 것은 수소연료전기차(FCEV) 정도인데 수소로 직접 엔진을 돌리는 방식이 아닌 수소로 생산한 전기로 바퀴를 굴리는 사실상 전기차다. 버스, 트럭 등 대형 상용차에는 시장성이 감지되지만 중소형 승용차에서는 전기차가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수소산업을 위한 기술력 확보도 문제다. 수소연료전기차의 경우 현대차 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졌지만, 생산부터 발전까지 '탄소 제로'에 부합하는 그린 수소는 아직 먼 여정이다. SK그룹이 추진하는 블루 수소는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결국 대안일 뿐 해법은 아니라고 평가받는다.

    막막한 사업환경에도 정부는 아직 뒷짐만 지고 있다. 지난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아직 이렇다 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내년 로드맵 2.0 발표 소식에 구체적인 방향과 지원책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정부예산을 들여다보면 정부투자는 여전히 미미하다. 국회를 통과한 2021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수소산업 발전을 위한 예산은 수소생산기지 구축에 666억원, 유통기반 구축에 36억원, 그린수소 생산 및 저장시스템 개발에 100원 등 802억원에 불과하다. 수소전기차 보급을 위한 지원금 예산 4415억원을 포함해도 5000억원 안팎이다. 국방부가 제출한 기동장비(수소차량) 구입비 27억4000만원은 아예 삭감됐다.

    수소사업에 진출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수소산업의 최종 목표인 그린 수소는 최소 10년 이상의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기업 자본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체계적이고 일관된 지원이 수소경제 성공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