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사업본부 내 ODM 조직 격상자체 R&D·생산·영업 조직 축소·통합올 적자 20% 줄인 비결 'ODM' 확대길어지는 코로나19, 내년 스마트폰 시장 '불확실'강도높은 쇄신 통한 선제적 방어 나서
  • ▲ 지난 9월 출시된 LG전자 실속형 스마트폰 K시리즈 3종 제품 이미지 ⓒLG전자
    ▲ 지난 9월 출시된 LG전자 실속형 스마트폰 K시리즈 3종 제품 이미지 ⓒLG전자
    LG전자가 스마트폰 ODM을 확대한 효과에 힘 입어 내년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올해 적자 규모를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일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ODM'이 꼽히면서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상대적으로 비용 소모가 컸던 조직들을 통폐합해 흑자 전환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쇄신으로 풀이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2021년 정기 인사에 이은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MC사업본부 조직에 대규모 변화를 가했다.

    우선 MC사업본부 내 ODM 관련 조직인 'BTD사업실'을 'ODM 담당'으로 격상시킨 점이 눈에 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사업에서 원가 절감을 위해 ODM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번에 담당으로 조직을 키우면서 비용절감과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보다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LG전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스마트폰 관련 연구·개발(R&D)을 전담하던 조직들은 규모가 축소되거나 통합됐다. 스마트폰 선행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MC선행연구담당'은 ODM으로 생산되는 보급형 스마트폰 외에 프리미엄, 플래그십 제품 위주로 개발하는 조직으로 역할을 세분화하면서 MC본부 내에서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과 통합된다.

    스마트폰 생산을 담당했던 조직들도 통합되거나 다른 조직으로 이관되는 수순을 밟았다. 'MC 품질공정 담당'의 경우 본부 내 유사 조직과 통합됐고 MC사업본부 직속으로 두고 있던 '공급망관리(SCM)담당'은 해외영업그룹으로 이관키로 했다.

    영업 조직도 슬림화에 나섰다. MC해외영업그룹에 속했던 'MC선행영업담당'도 다른 부서와 통합되며 조직 규모를 줄였다. LG전자가 MC사업 쇄신과 함께 글로벌 출시국가를 대폭 조정한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북미와 국내 같은 주요 시장과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발달한 국가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실상 ODM 조직에 힘이 실린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LG전자 MC사업본부가 추구하는 바는 기존보다 더 강도 높은 '실적 개선'이라 할 수 있다. LG전자가 ODM 스마트폰을 도입하고 주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는 등의 비용 절감 노력을 이어온 것이 지난 2년 간 눈에 띄는 실적 회복에 주효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LG전자 MC사업본부는 ODM폰을 확대한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던 반면 올해는 2000억 원 가까이 적자 규모를 줄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수준으로 선방한데 이어 하반기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 수요가 고개를 들면서 실적은 빠르게 안정화되는 추세다. 3분기에는 적자를 1500억 원 미만으로 낮추면서 다시 한번 가능성을 발견했다.

    4분기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며 올 연간 기준으로는 80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증권업계는 분석했다. 지난해 대비 적자규모를 20% 가까이 줄이게 되는 셈이다. LG전자 내부적으론 이 같은 실적 개선 추세를 보고 ODM에 더 힘을 실어 흑자 전환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울만한 상황이다.

    내년에는 LG전자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첫 '롤러블폰'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서면서 올해에 버금가는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자체 R&D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롤러블폰을 개발하고 상반기 중에는 제품 출시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폴더블을 넘어서 롤러블이라는 폼팩터 혁신 제품으로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를 주도해나가는 동시에 ODM폰으로 실리를 챙기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이 내년에는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 같은 상황적 불확실성 때문에 LG전자 MC사업본부가 더 강도 높은 쇄신을 위한 전략과 그에 따른 조직 개편을 선행적으로 적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