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기 누적 35조9000억, 6.8% 증가삼성·하이닉스 18.4조 vs 98개사 17.5조"반도체 착시, 경기반등과 거리 멀어"
  • 국내 100대 기업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5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타격에도 실적이 개선되는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반도체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만 들여다보면 큰 폭으로 악화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15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상장사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개별·별도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11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9%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8% 증가한 35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의 투자는 11.7% 늘어난 49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선전에는 반도체 실적개선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0대 기업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18조4000억원(51.3%)을 냈다.

    나머지 98개사의 영업이익은 17조5000억원으로 21.9% 급감했다. 이들 기업의 투자액도 23조7000억원으로 3.3% 감소했다.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반도체 기업만 특수를 누린 반면 다른 업종은 타격을 고스란히 받은 셈이다. 이같은 착시효과는 한국 경제의 본격적인 반등을 낙관하기 어렵게 한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다만 악재 속에서도 기업들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불안한 경기 탓에 기업들은 채무를 갚기보다 현금성 자산을 들고 있으려는 경향이 강했다.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74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조3000억원 증가했으나 동시에 현금성 자산이 113조1000억원에 달해 19조5000억원 늘었다.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심리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증가해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기업들이 올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3분기까지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이 투자·고용 → 생산 → 이윤의 선순환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