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잔고 19조41억원…한 달 새 2조원가량 급증한화·한투·KB·삼성 등 증권사들도 잇따라 신용융자 중단하며 경계태세증시 상승 전망에 빚투 열기 당분간 지속 예상…투자방식 유의해야
  • 국내 증시가 역대 최고가를 이어가는 가운데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는 이른바 빚투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신용융자 잔고가 19조원에 육박하자 증권사들도 잇따라 신용융자를 중단하며 경계태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는 19조4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과 비교해 2조원 가까이 급증한 수치이자, 지난 1998년 집계 시작 이후 사상 최고치다. 올해 초 9조원이었던 신용융자 잔고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2배 넘는 규모로 급증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개인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이다.

    올해 국내 증시는 2~3월 급락한 이후 전반적인 반등 기조 속에 두드러진 상승을 보였다. 세계 주요 25개 지수들 중 코스닥은 상승률 1위를, 코스피는 4위를 기록했다. 최근 코스피는 2770선을 돌파하는 등 거침 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같은 국내 증시의 상승을 이끈 것은 개인투자자들이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액은 국내 주식 56조원, 해외 주식 16조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한국 증시의 급반등은 철저히 개인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됐다"면서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자는 각각 24조원, 25조원 순매도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62조원 순매수했고, 이들 연간 순매수 규모는 단연 사상 최대였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개인들의 빚투 역시 역대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11조원, 10조원으로 전년 대비 130%, 140% 증가했는데 양 시장에서 개인 거래비중은 76%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늘었다"며 "다만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각각의 신용거래 융자금액은 9조원으로 전년 대비 130%, 80%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또 다시 신규대출을 중단하며 위험 관리에 나섰다. 신용공여 한도가 거의 소진된 데다 증권사에서도 최근 신용융자 증가세의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일정 비율만큼만 대출을 할 수 있다. 통상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은 통상 자기자본의 60∼80% 정도를 개인 대상 신용공여에 쓰고 있다.

    한화증권은 지난 10일부터 신용거래융자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달 초부터 신규 신용융자 매수를 제한했다. 예탁증권담보 신규 대출 실행도 일시적으로 멈췄다.

    KB증권과 삼성증권도 증권담보대출 서비스를 당분간 제한키로 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열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도 늘어나는데,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과거처럼 주식이 오르고 나서가 아닌 바닥권부터 사는 스마트한 투자 방식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일부 젊은 세대는 신용융자와 파생형 상품 등 투기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주가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항상 존재한다. 빚을 내서 상승세에 편승하는 투자 방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