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이 만든 코스피 신기록…시총 순위 손바뀜공모주 광풍에 IPO 제도 손질…공매도 내년 3월 재개, 당국 제도 개선 고심
  • 그야말로 코로나 정국이었다. 증권업계는 여느 업종보다 코로나19의 강력한 영향권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스권에 머물던 코스피는 2700선을 거침없이 돌파해가고 있고, 내년까지도 장밋빛 전망이 그려지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전례없는 시중 유동성은 이른바 '동학개미'를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은 공모주 광풍으로까지 이어졌고, 증권사들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 불황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언택트 열풍 속에 핀테크 증권사들의 잇단 출현은 증권업계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부터 이어진 라임펀드와 새롭게 불거진 옵티머스펀드 사태로 인해 증권사들은 곤혹을 치렀고 여전히 논란 한가운데 있다. 코스닥 바이오주 간판스타인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의 상장폐지 논의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현재진행형이고, 감마누는 사상 처음으로 상폐 무효가 확정되며 시장으로 돌아왔다. 뉴데일리경제는 올해 증권업계를 뒤흔든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자주]

    ◆유동성이 만든 코스피 신기록…시총 순위 대거 변동

    올해 주식시장은 역대급 상승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 넘게 갇혀 '박스피(박스권 장세의 코스피)'로 불렸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2700선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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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중순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1400대로 폭락했던 코스피는 빠르게 회복하며 내년도 '3000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앞당긴 코로나19에 증시에서도 이른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종목 강세가 이어지면서 업종별 차별화 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곧 시가총액 상위권 내 손바뀜 현상으로 이어졌다. 1년 새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권 기업에 삼성SDI, 카카오가 새로 진입했다. 순위권 내 변동도 두드러졌다. 여덟번째였던 LG화학은 3위에 올라섰고, 네이버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순위가 6위로 하락하긴 했지만 지난달초만 해도 세번째로 높은 시총을 기록했었다. 

    코스닥에서는 바이오와 게임 종목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진단키트주인 씨젠은 연초 시총 순위 41위에서 단숨에 3위에 올라섰고, 새내기인 카카오게임즈는 5위에 포진했다.

    ◆동학개미의 힘, 증시 상승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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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개미운동은 코로나19 여파로 폭락장이 연출되자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선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을 힘겹게 받아내면서 주가 방어에 나선 상황이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들은 한국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도 무서운 기세로 사들였다. 미국 등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일컫는 신조어로 서학개미가 등장했다.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한 동학개미들의 실탄은 넘쳐난다. 코스피가 연일 연고점을 갈아 치우면서 주식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60조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 9월부터 상승세 둔화 흐름을 보였지만 막대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11월 중순 65조원까지 치솟았다.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투자하는 신용융자잔고도 19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초 9조원이었던 잔고가 지난 9월 18조원에 육박하자 증권사들은 잇따라 신규 신용융자 약정을 중단했다. 이에 10월말 16조원대로 소폭 줄었으나 증시가 연일 강세장을 이어가면서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도 재차 늘어났다. 

    ◆유동성이 만든 공모주 광풍…IPO 제도 손질

    시중 넘치는 유동성은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이어졌다. 올 한해 증시에 새롭게 입성한 종목들은 사상 최대 공모청약률, 증거금 등 역대급 기록을 쏟아냈다.

    시작은 SK바이오팜이었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후 상한가까지 달성하는 기록을 세운 뒤 시장에선 '따상' 신드롬을 이어가며 수십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뒤이어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교촌에프앤비, 명신산업 등 역대급 흥행을 일으켰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인들의 공모주 열기가 다소 식는 듯했지만 넘치는 유동성에 기업공개(IPO)시장은 연말까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 열풍은 제도 손질로도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개인의 공모주 배정 비중을 기존 20%에서 최대 30% 수준으로 확대했다. 공모주 투자 광풍에도 개인 투자자가 소외를 받았다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상장주관사가 공모가를 산정할 때 적정가격을 책정하는 가격 발견기능을 약화해 IPO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증시 활황에 증권사 ‘역대 최고’ 실적 행진

    국내 증권사들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 상승장을 주도한 동학개미들의 영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국내 증권사 56곳의 당기순이익은 2조1687억원으로 전년 동기 9889억원 대비 119.3% 급증했다. 전 분기 1조8174억원과 비교해도 19.3%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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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주식 거래 대금이 크게 늘면서 수탁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3분기 증권사 전체 수수료 수익은 3조7784억원으로 전 분기 3조2378억원 대비 16.7% 늘어났다. 이 가운데 56.1%를 수탁수수료 수익(2조1219억원)이 차지했다. 3분기 누적 기준 수탁수수료는 5조24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0% 늘었다.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지난 2분기에 이어 또 다시 1조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의 3분기 순이익 합계는 1조171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 늘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전년 대비 68% 증가한 2310억원, 한국투자증권은 107% 오른 258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은 197% 오른 2396억원, 삼성증권은 163% 오른 2337억원, KB증권은 239% 오른 2084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내년 3월 재개,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안 고심 

    내년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자의 단계적 참여 확대를 골자로 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공매도 금지 기간은 내년 3월 15일까지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식 시장이 불안해지자 지난 9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으며 이후 6개월 추가 연장 조치를 내렸다. 앞서 개인 투자자들 중심으로 공매도 재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 공매도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문투자자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분들에게 일단 공매도를 허용하고 넓혀가는 것이 타협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공매도 제도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을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개인의 참여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과 대상 확대 시 개인 투자자들이 섣부른 투자로 대량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대책이다.

    불법 공매도 정기점검 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실시간 공매도 주체, 거래량 등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포함한 사후 적발 위주의 불법 공매도 시스템 구축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