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재개발 수주戰 용두사미, 러브콜 보내다 외면특정건설사 독식에 조합원들 "재산상 손해" 한숨
  • 한동안 치열하게 기싸움을 벌였던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의 불씨가 사그러들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리스크 부담을 피하려는 건설사들이 늘면서 수주 경쟁 열기가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24일 정업계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정비사업인 흑석11구역 조합은 오는 29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1차 현장설명회까지만해도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에서 10위권내에 드는 대형건설사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긴장감을 높였지만 최종 입찰에는 대우건설과 코오롱글로벌 단 두곳만 등장했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하더라도 흑석동 재개발사업은 하반기 정비사업 대어로 떠오르며 큰 관심을 받았다. 

    흑석11구역뿐아니라 흑석9구역 등 시공사 선정을 앞둔 조합이 여럿 있다보니 건설사들도 발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였다.

    현장에서 조합원 눈도장을 찍으며 브랜드 홍보에 열을 올렸고 반포3주구나 한남3구역에서 벌어졌던 수주 과열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흑석11구역 최종 입찰 결과를 살펴보면 시공능력평가순위 차이가 많이 나는 건설사 두곳만 등장했고, 흑석9구역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가을까지만하더라도 시공능력 5위권내 건설사들의 러브콜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다들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며 "재개발사업은 특정 건설사 선점 현상이 짙어지면서 경쟁입찰 구도 형성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는 시공사가 OS요원을 고용해 조합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홍보에 나서는데 이러한 활동은 재건축보다 재개발사업에서 더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많은 비용과 시간, 인력을 투입해 조합원들에게 공을 들이다보니 최종 시공사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특정 건설사가 재개발 사업장을 독식하는 사례가 늘면서 다른 건설사들은 입찰에 뛰어들기 힘든 상황이다.

    한강맨션, 과천주공 8·9단지 등 내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을 앞둔 정비사업지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특정건설사들이 사업지를 선점하자 발을 빼는 회사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조합원들에게도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익명을 요구한 A조합 관계자는 "보통 건설사들은 좋은 조건을 제안하고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거는데 경쟁입찰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건설사가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며 "마감재나 특별제공 품목 등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나 결국 조합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