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코로나19 금융지원까지 NIM 최저치사모펀드 악재까지 겹쳐 신뢰도 '뚝'2021년 은행 수익성 하락, 부실 급증 우려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금융시장은 몸살을 앓았다. 유례없는 제로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권의 이자마진은 바닥을 찍었다. 동시에 코로나19 구원투수로 나선 은행권은 금융지원만 110조원을 감행해 '부실폭탄'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021년,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새 먹거리 찾기 위해 신탁을 늘리고 빅테크와 고객 확보 경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제로금리 시대… 금융지원 '이중고'

    올해 한국은행은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3월 코로나19 확산 초기 금융시장이 휘청이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대폭 낮췄다. 5월에는 0.50%로 추가 인하했다. 현 기준금리는 사실상 제로금리로 통화정책의 마지노선인 실효하한에 서 있다.

    초저금리 시대는 은행권으로선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은행업 고유의 이자이익과 직결된 순이자마진(NIM)은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은행의 3분기 기준 순이자마진은(NIM)은 1.40%로 지난해보다 1.16%p나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금융지원도 은행권에 타격을 줬다. 내년 3월까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이 유예되면서 '부실폭탄'을 떠안은 처지가 됐다. 은행들은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 충격 완화에 나서자 올 3분기까지 5대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6~11%씩 추락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향해 예대마진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배당축소까지 권고해 '관치금융'이란 지적이 나왔다. 

    금융권 안팎에선 저금리 속 '박리다매' 대출이 늘어 그나마 이 정도 실적을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 등 투기로 연결되자 금융당국은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다. 12월 중순 이후론 시중은행의 대출 상당수가 자취를 감췄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의 배당, 대출금리 등 규제리스크가 계속되고 있지만 각 은행들의 올해 배당 축소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펀드 사기'로 오명… 금융의 꽃 어디로 

    금융의 꽃이라 불렸던 사모펀드는 '사기'로 얼룩졌다. 환매중단으로 대규모 피해를 양산한 펀드는 라임 자산,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펀드 등 10여건에 달한다. 

    특히 지난 6월 터진 옵티머스 펀드는 부실 그 자체다.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1조7000억원을 부실기업과 부동산에 넣었다. 상품 부실에다가 금융권 불완전판매까지 겹겹이 더해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갔다. 정관계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나와 사태는 일파만파 번졌다. 

    사모펀드 사태 전말이 속속 드러나자 소비자들은 금융권에 잇따라 등을 돌렸다. 금융감독원의 배상조정안을 앞두고 있으나 조정안이 나오더라도 강제성이 없어 금융사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배상까진 갈 길이 멀다.  

    각 은행들은 소비자보호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신뢰회복에 공을 들였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 오피서 제도를 내놨다. KB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했고 하나은행은 책임판매제도인 '투자상품 리콜제'를 도입했다. 우리은행은 은행장 직속의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운영한다.
  • ◆ 저성장‧저금리에 은행 수익성 하락, 부실 급증 우려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은행들의 기초 수익성 악화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들의 주수입원인 순이자마진(NIM)은 금융위기 전후로는 약 2%대 후반이었으나 올해는 1.4%까지 하락했다. 2023년에는 1%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은행들의 잠재리스크도 심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 2014년 조선, 해운, 철강, 정유, 화학 등 대기업 구조조정 이후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여신을 많이 확대했다. 실제로 2015년부터 최근까지 대기업 여신은 50조원 감소했으나 중소기업 여신은 20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기업 등 한계기업의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 

    또 정책금융 확대로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저금리까지 겹치면서 신용공급 과잉으로 인한 리스크도 존재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가계대출은 현재 1600조원 수준인데 자영업자 대출이 약 400조원으로 이를 합치면 2000조원이 넘는다. 이는 GDP(국내총생산)대비 100%가 넘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계대출은 최고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하락할수록 은행들은 고위험, 고수익 대출 신용공급을 늘려 대출의 질이 악화되고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신탁 확대 주력, 빅테크와 고객 확보 경쟁

    은행들은 새로운 자산관리 수단으로 신탁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 신탁은 저금리시대에 대비한 금융상품의 일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탁이 자산관리 설계와 상속지원, 성년 후견 등 다양한 맞춤형 종합자산관리가 될 수 있도록 신탁활성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신탁법상 수탁재산의 범위에 제한이 없음에도 자본시장법이 신탁재산의 범위를 재산(금전, 유가증권, 금전채권, 부동산, 지상권, 전세권, 토지임차권 등)으로 한정하고 있어 새로운 유형의 상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신탁업법을 자본시장법과 구분하거나 신탁법에 의한 규율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로보어드바이저나 디지털 인증 등을 활용한 신탁계좌의 비대면 채널 개설과 판매를 허용하고 광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는 창구를 통해서만 신탁상품 판매가 가능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신탁상품 홍보가 금지돼있다.
     
    은행들은 내년에도 기존 고객데이터 활용, 데이터 분석 능력 제고, 디지털 인재양성 등 디지털 금융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최근 국내은행들의 IT관련 예산 추이만 보더라도 총 예산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과 빅테크, 핀테크 간 고객 접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은행들은 금융데이터를 수집, 관리, 분석하는 조직을 확보하고, 통신과 유통 등 다양한 업권과 제휴를 통한 결합상품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오픈뱅킹과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마이데이터 사업 확대에 발맞춰 은행들은 자사 금융 플랫폼의 활용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업무 프로세스가 비대면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은행들은 신기술 활용에 대면 영업방식의 장점을 더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라며 “은행들은 대면채널의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고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금융서비스의 전문성과 신뢰성 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