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 및 정제마진 부진 '어닝쇼크'코로나 재확산 등 연간 2.2조 영업손실 전망도수익성 저하에 배당소요까지… 재무부담도 가중
  • ▲ SK에너지. ⓒ성재용 기자
    ▲ SK에너지. ⓒ성재용 기자
    SK에너지의 신용등급이 5년 만에 'AA+'에서 'AA'로 강등됐다. 국제유가 급락 및 정제마진 부진으로 인한 대규모 영업손실과 실적 회복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때문이다. 현금창출력 저하로 악화된 재무구조도 신규 설비 투자와 배당 소요에 따라 가중된 상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일제히 SK에너지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낮췄다. 앞서 3사는 2분기 들어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올 들어 유가 하락 및 이로 인한 재고 관련 손실 발생,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정제마진 약세 지속 등으로 주력 사업의 수익 기반이 약화됐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액은 15조73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조7172억원에 비해 3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91억원에서 마이너스(-) 1조743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원가율(107%)은 3분기 누계 기준으로 2016년부터 4년 연속 오르면서 100%를 넘어섰다. 반대로 영업이익률은 2017년 4.53%에서 지난해 1.29%, 올해 -11.0%로 '뚝' 떨어졌다. 3분기 누계 기준 최근 6년새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1분기에는 1조221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석유제품 수요 위축, 원유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재고 시차 효과 및 기말 재고자산 평가와 관련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다.

    2~3분기에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안팎으로 상승하고 재고 관련 손실이 일부 환입되면서 하반기 이후 실적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휘발유·항공유 등의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손익분기점 이하의 정제마진이 지속되면서 기대와 달리 적자 기조가 유지됐다.

    문제는 4분기에도 정제마진 회복 지연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분기 기준 정제마진은 2분기 -0.9달러, 3분기 0.1달러에서 4분기 1.2달러로 반등하는 분위기지만, 월간 기준으로는 10월 1.6달러, 11월 1.1달러, 12월 0.8달러로 재차 낮아지면서 손익분기점 아래에서 새해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부진한 영업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 -1147억원보다 악화된 -1570억원으로 추산됐다. 영업이익률도 3분기 -2.40%에서 -2.91%로 악화될 전망이다.

    1분기부터 이어온 적자 기조 지속으로 연간 2조24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부터 3년간 영업이익 합계 2조5512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최근 국내외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둔화가 재차 심화되면서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정상화와 과잉공급 해소를 통한 수급 여건과 정제마진의 본격적인 회복 시점과 개선 수준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석유제품 수요는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각국의 셧다운으로 항공유의 수요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경유는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에서의 높은 재고 부담으로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조원무 한기평 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생산광구 중단 및 업계 투자 축소에 따른 원유 공급량 감소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내재돼 있으나, 세계 각국의 충분한 코로나 백신 확보 및 접종, 이동 및 소비 심리 회복으로 인한 석유제품의 뚜렷한 수요 증가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SK에너지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이. 자료=SK에너지. ⓒ한국신용평가
    ▲ SK에너지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이. 자료=SK에너지. ⓒ한국신용평가
    여기에 중국 중심의 아시아 지역 정제설비 신·증설로 인한 공급 부담도 상존하고 있으며 미중 갈등 심화 등 경기 변동 요인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단기간 내 드라마틱한 업황 회복과 실적 개선 가능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권기혁 한신평 실장은 "국내 정유시장에서의 과점적 시장 지위와 우수한 사업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분간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석유제품 수요 위축, 아시아 지역 신규 정제설비 증설이 산업 내 수급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하된 재무건전성도 부담이 되고 있다.

    차입금을 비롯한 부채 규모가 4년 연속 증가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3분기 기준 부채는 9조7637억원으로, 직전 5년(2015~2019년) 평균 7조8918억원보다 23.7% 늘어났으며 차입금은 2조1504억원에서 3조9427억원으로 83.3% 불어났다.

    여기에 자본총액까지 최근 2년간 감소세를 보이면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급격히 악화됐다. 부채비율은 266%로, 5년 평균 142%를 크게 웃돌았으며 차입금의존도 역시 39.1%에서 107%로 급증했다.

    유동비율의 경우 재고평가손실 반영에 따른 유동자산 감소로 지난해 3분기 138%에서 96.6%로 42.1%p 악화됐다.

    지난해부터 감압 잔사유 탈황공정(VRDS)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또 △2017년 1조4000억원 △2018년 5200억원 △2019년 3000억원 등 수천억원대 연간 배당소요로 큰 폭의 부족자금이 발생하고 있다.

    영업실적 부진 및 이에 따른 현금창출력 축소를 감안하면 당분간 재무구조 저하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당분간 투자 부담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차입금 절대 규모가 대폭 증가한 만큼 과거 수준으로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송미경 나이스신평 실장은 "현재 특별한 신규 투자계획이 없어 2021년 이후 CAPEX 소요는 3500억원 안팎의 경상적 수준으로 감소될 것"이라며 "투자 부담이 경감될 예정이지만, 완만한 실적 회복 속도 및 채무 부담 증가 수준을 고려할 때 중기적으로 재무안정성은 과거에 비해 저하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