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시선 쏠린 수소경제수익·실적에만 집중… 그린뉴딜 수소기술개발 예산 '0'선진국과 기술력 차이 '현저'… 생산·수송 원천기술 '난망'
  • ▲ 국회 충전소에서 대기하는 수소차들ⓒ뉴데일리 DB
    ▲ 국회 충전소에서 대기하는 수소차들ⓒ뉴데일리 DB
    전세계 눈길이 수소에 쏠리고 있다. 굳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을 언급하지 않아도 차기 에너지 시장에 사활을 건 주요 선진국들의 열기는 매우 뜨겁다.

    전통적인 제조업, 수출에 의존하는 산업구조, 에너지 생산에 극도로 취약한 한국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한국이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면 오히려 공기가 좋아지는 미증유의 기술 선도국이 된다면 10위권 밖에 머무르는 국내총생산(GDP)는 단번에 5위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 산업구조 자체가 석탄·석유 없이는 하루도 굴러가지 않는 폐쇄형인데다,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부나 기업의 투자도 선진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뜬구름 잡는 '00조원 투입'식의 홍보성 발표 보다는 실질적인 투자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영관 KDI 글로벌경제 연구위원은 "에너지 개발 경쟁시대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가장 핵심"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5조달러(6000조원)를 퍼붓는 바이든 노믹스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수소차 핵심 화물차 보급 0대… 이래도 수소차 선진국?

    수소 에너지 개발에 부정적 전망이 드리우는 원인으로는 기업이나 정부의 인색한 투자를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소차다. 현대차 넥쏘가 누적판매량 1만대를 달성했다고는 하지만 수소차 보급의 핵심인 화물차 보급은 0대다. 친환경 에너지 특성상 일정 구간을 반복해서 다니고 승용차에 비해 배기가스를 월등히 많이 배출하는 화물차를 수소차로 교체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정부도 현대차도 넥쏘 판매에만 집중했다. 트럭의 경우 배터리 기술 한계로 전기차로는 생산할 수 없다는 점도 수소 트럭 보급이 우선순위에 올라야 할 이유기도 하다.

    정부가 3년간 넥쏘 판매 지원금으로 쓴 예산은 6000억원이 넘는데 비해 수소 트럭 보급을 위한 실증사업에 투입한 출연금은 80억원에 불과하다. 우롱(Wulong), 골든드래곤 등 수소 트럭 기업을 집중 양성하는 중국과도 대조된다.

    이같은 수소연료전지차 승용차 집중 현상은 투자보다는 수익이 급했던 현대차와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정부의 계산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충전소 등 기반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차의 선택지는 넥쏘(승용차) 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한중일 수소연료전지차의 승부는 대형 상용차에서 갈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예산 투자도 부실한 건 마찬가지다. 5년간 160조원을 투입한다고 자랑하는 한국판 뉴딜에서 그린뉴딜이 차지하는 금액은 73조4000억원, 이 중 국비는 42조7000억원 수준이다. 6000조원을 쏟아붓는 미국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비슷한 기간동안 700조원을 투입하는 유럽연합이나 일본과의 격차는 크다.

    42조7000억원이란 돈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투자금'은 아니다. 학교나 주민센터 등 공공시설에 와이파이(WiFi)를 달거나 전기차·수소차 보조금 예산 등 성과성 예산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투자금은 6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예산도 데이터댐, AI 연구개발 등에 투입하는 돈을 빼면 수소 기술개발에 배정된 금액은 0원에 가깝다.
  • ▲ 주요국 수소산업 기술력 평가ⓒ산업연구원
    ▲ 주요국 수소산업 기술력 평가ⓒ산업연구원
    맞춤형 수소 개발 나선 선진국, 한국만 '갈팡질팡'

    한국의 수소 경제 개발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을 앞세워 수소 충전소 보급 등 인프라 확대에만 급급해 정작 시급한 기술개발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수소연료전지차는 엄밀히 말해 수소로 달리는 차가 아니다. 수소를 산소와 접촉시켜 화학반응으로 얻은 전기로 달리는 사실상 전기차다. 전기 생산을 석유 연료로 발전소를 돌리는 방식으로 바꾸고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킨다면 기존 전기차가 훨씬 더 효율이 높고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은 나라별 산업형태에 맞춰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2조엔 규모로 편성하는 탈석탄화 기술지원기금에서 8000억엔 가량을 뚝 떼 전고체 배터리 개발 보조금으로 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탈석탄화 과정이 뒤처진 일본이 내놓은 전략이다. 대신 일본은 미국과 유럽이 만들어낼 수전해 수소를 이용한 발전기관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호주, 브루나이에서 생산하는 수소를 수입하는 국제 수소수입망을 구축해 충분한 수소를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또한 수소충전소를 현재 112개에서 900개로 확대하고 가정용 연료전지발전기도 10만대 수준에서  530만대까지 늘려 본격적인 수소 경제 시장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독일이 중심이 된 유럽연합은 수소연료전지가 아닌 수소 운송방식 혁신에 집중한다. 수소 1톤을 만드는데 탄소 10톤이 나오는 현재 수소생산 방식을 차단하고 태양열과 풍력 등 친환경 발전으로 수전해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이같은 기술혁신이 이뤄지면 정부가 장려하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이나 수소 충전소는 아무 쓸모없는 짐이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최강국인 독일이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눈길도 주지 않는 이유를 기억해야 한다"며 "한국의 수소경제는 선진국들과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신의 SNS에 "수소연료전지는 바보들이나 파는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방향을 잡지 못하는 한국 수소경제는 기술력 차이로 드러난다. 전 세계 수소 경제 관련 특허 출원 중 한국의 비중은 8.4%로 약 30%인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낮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부 연구개발 중 52%가 수소 활용 분야에 편중돼 있다. 수소 생산과 인프라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각각 22.9%와 12.9%에 불과했다.

    때문에 향후 수소 경제 선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수소 생산, 인프라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수소충전소 확충과 더불어 공공부문의 수소차 구입을 늘려 초기 시장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