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 속 높은 예금금리, 낮은 대출금리 호재모바일뱅킹 활성화, 중금리대출 공격적 확대 눈길저신용자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부실 위험 가능성저축은행 사태 촉발한 부동산 PF대출 증가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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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저축은행업계 여·수신이 70조원을 돌파하며 10년 만에 저축은행 사태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저금리 장기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바탕으로 견조한 예금 증가는 물론 중금리대출에 집중한 결과 코로나19 사태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경우 대출 잠재리스크와 부실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31일 업계에 따르면 제로금리 시대를 맞아 저축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은 72조8000억원, 여신잔액은 73조2000억원이다.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70조원을 돌파했다. 구조조정 여파로 2014년에는 수신액이 30조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저축은행 사태가 마무리된 2015년 이후부터는 여타 금융업권보다 높은 대출 증가율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2019년 저축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16.7%로, 같은 기간 은행 6.2%, 상호금융 10.2%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가계 및 기업 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3분기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전년 대비 15.0% 성장했다. 가계대출은 신용대출이, 기업대출은 금융·보험업, PF대출 수요가 확대됐다.저축은행에 맡긴 돈이나 빌린 돈이 크게 늘어난 데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인하하면서 저축은행 대출금리도 갈수록 내려간 영향이 컸다.예금금리는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게 호재로 작용했다. 2015년 1월~올 9월 저축은행의 평균 수신금리(1년 정기예금)는 2.28%로, 은행 1.70%, 상호금융 1.85%보다 높다.◆모바일뱅킹 앱 大戰… 중금리대출 경쟁 치열저금리 장기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금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저축은행으로 몰렸고, 모바일뱅킹 앱 활성화로 접근성을 높여 젊은 고객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각광을 받으면서 시중은행 못지 않게 저축은행도 경쟁적으로 모바일 앱을 출시하거나 업그레이드했다.특히 67개 저축은행을 한곳에 모은 모바일뱅킹인 SB톡톡플러스가 2019년 등장하면서 업계의 비대면 금융거래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저축은행에 디지털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비대면으로 취급된 예금과 대출도 덩달아 늘어났다.비대면 예금잔액은 2016년 6조9000억원(15.5%)에서 올해 14조8000억원(22.1%)으로, 같은 기간 대출 역시 6조1000억원(14.1%)에서 12조3000억원(18.4%)으로 껑충 뛰었다.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연 20% 아래로 관리하고, 10%대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확대를 주문한 것도 저축은행의 성장 요인으로 작용했다.저축은행은 2018년 말부터 중금리대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올해에만 중금리 시장에서 지난해 말 잔액(4조원)보다 두 배가량 불어난 8조원의 자금을 굴렸다.정부가 고금리대출 자제 및 민간의 중금리대출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저축은행도 대출 포트폴리오를 중금리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이로써 금융권 전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시장에서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5년 말 48.6%에서 올 9월 75.9%로 3배가량 확대됐다. -
◆내년 경기 불확실성 증대… 부동산 PF대출 증가 우려올해 저축은행이 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면, 내년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증대로 대출 잠재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된다.최근의 빠른 대출 증가세가 내년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로 지목되는 가운데 정부의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 종료 시 저소득 가계와 개인사업자 등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실제 저축은행 가계대출의 취약차주 비중은 6월 말 기준 23.8%로 ▲은행 3.4% ▲상호금융 5.3% ▲보험사 7.1% ▲여신전문금융회사 13.3% 등에 비해 현저히 높다.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촉발한 부동산 PF대출이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빠르게 불어나는 점도 큰 문제다.PF대출잔액은 2010년 말 12조3000억원에서 2014년 말 2조1000억원까지 감소했다가 올 9월 말 6조8000억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2015년 이후에는 연평균 23.1% 증가했으며, 전체 대출 대비 PF대출 비중도 9.3%로 상승했다.PF 관련 익스포저가 과거 저축은행 사태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PF여신 중 요주의여신이 2018년 말(4000억원) 이후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올 9월 말 요주의여신은 1조1000억원이다.요주의여신비율도 7.2%에서 16.7%로 높아졌다. 일부 PF사업장의 분양률 부진에 따라 사업성 평가등급이 하향되고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된 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이 때문에 올해 저축은행의 양호한 자산건전성에 대한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월 말 기준 연체율은 3.8%로, 최근 몇 년 간 3%대 후반에서 4%대 초반 수준을 유지 중이다.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연체율 감소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낮아진 건 정부가 추진한 대출 조치 때문"이라며 "올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과 부동산 정책 변화로 인한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 잠재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부동산 PF 대출은 저축은행 사태 직후보다 더 증가했고, 대손충당금 비율은 작년보다 낮아져 개선이 필요하다"며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선제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저축은행이 내년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내년 경기 회복 지연에 따라 가계, 기업, 부동산 대출 모두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며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대비한 복원력과 수익성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내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되면서 일부 저축은행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인하된 부분에 맞춰 대출금리를 낮추고 기존 계약을 정리해야 된다. 대형 저축은행 중 연 20% 초과~ 24% 이하 대출을 보유한 곳은 ▲웰컴 24.95% ▲SBI 22.71% ▲OK 20.97% 등이다.단, 내년에 위험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이 은행 공백 지역에 대한 점포 확대를 유도하면서 저축은행 지점 인가제를 신고제로 바꾼 점, 금융그룹 중심으로 저축은행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