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 지방의료원 ‘20개 늘리기’ 착수의료계, 민간-공공 구분 짓는 형태… 지역의료계 점차 도산할 것 필수의료 담당 지역책임병원 지정 시 기존 병원과 경쟁구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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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공공(公共) 만능론이 급부상했다. 그 어느 때보다 공공병원의 역할과 사명감이 커졌고 소위 ‘K-방역’을 지탱하는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의료생태계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기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제는 설계과정에서 견고함이 떨어지고 왜곡된 의료체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코로나 이후, 차기 정권에서나 완성될 각종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 공공의료체계 강화=지방의료원 늘리기 

    정부는 지난해 12월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을 만들었다. 핵심은 400병상 규모의 지방의료원을 2025년까지 20개 내외로 확충하고 5000병상을 추가하는 것이다. 

    현재 지방의료원은 전국에 41곳(병상 1만450개)이 있는데 복지부는 이 가운데 11곳을 2022년까지 증축하고, 2025년까지 병원 9곳 이상을 신축해 병상 약 3500개를 더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역 내 ‘지역책임병원’을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주민이 각 지역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2022년까지 51개 진료권에 60곳의 병원을 지정하고, 2025년까지 70개 진료권에 96개 병원을 지정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공병원은 필수의료를 담당하게 된다. 여기서 필수의료는 ▲심뇌혈관 및 응급 ▲고위험 분만 및 소아 ▲신종감염병 등으로 구분된다. 

    정부는 권역책임의료기관(국립대병원)-지역책임병원(공공병원)-보건소로 이어지는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 확립’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특히 지역책임병원에는 감염병 전담병상을 운영토록 하고 수가 가산을 통해 재정적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필수의료 영역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야간·고위험 분만수가, 분만전 감시료, 고위험임신부 집중관리료 기준이 개선된다. 
  • ▲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 ⓒ보건복지부
    ▲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 ⓒ보건복지부
    ◆ 의료계 “과거형 공공의료에 함몰, 민간-공공 분리로 갈등 심화”

    공공의료의 개념은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00년 제정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은 그 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로 한정됐지만, 현행 법률에는 민간의료기관도 ‘보편적 의료이용을 보장’을 위한 성격이라면 공공보건의료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가 아직 과거형에 매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법률 제정에 참여한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당시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이 꺼낸 개념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 정부는 공공병원, 그중에서도 지방의료원을 늘리는 것을 공공의료 확대의 중심축으로 설정했고 장기적으로 민간과 공공의료가 별도의 트랙으로 이뤄지도록 방향을 설정했다는 부분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으로 꼽혔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본지를 통해 “의료에 있어 민간과 공공을 구분해 각자도생하는 방향이 설정되면 부작용이 커진다. 정부는 공생을 말하지만 내놓은 대책을 살펴보면 결국 분리되는 구조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권역 및 지역책임병원과 보건소가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구조가 되고 나머지는 민간의 영역으로 남겨준 셈이다. 이대로 의료생태계가 형성된다면 그야말로 기형적 구조로 변질될 것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참여정부 시절 나왔던 ‘공공의료 비중 30% 설정’ 등 의제에 무게를 두고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지난 4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별 병상 총량의 20% 이상을 공공의료 병상으로 확충하는 내용을 골자로 공공의료법 대표발의했다.

    성 이사는 “우리나라는 충분히 병상이 많은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공 만능론’이 급부상했고 대책 없는 공공병상 늘리기에 함몰됐다. 기존 병상을 어떻게 효율적 활용할지 민간-공공 구분없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가 내놓은 계획을 보면, 현재 지역 의료기관을 도산시켜 병상수를 줄이고 공공병원으로 새판을 꾸리려는 심산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강화된 공공의료 프레임은 초기엔 티가 덜 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공공의료 확대 원했던 학자도 정부계획에 비판 왜?

    정부의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은 지난 8일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이 개최한 ‘제1회 공공의료정책 포럼’에서 전문가들의 논의가 있었다.

    주목할 점은 공공의료 확대를 주장해왔던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실 교수가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그는 복지부가 꺼내든 계획을 ‘정크펀드’로 비유했다. 세부 시행과제가 수준 미달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소위 주식이나 채권에 비유하면 정크펀드 수준이다. 실행을 담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예산 계획, 제도를 법으로 구체화하는 내용이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계획은 과거에도 이미 논의됐었는데 실행되지 않았다. 현 정부에서 끝나지 않고 차기 정부로 이어질 텐데 과연 연속성을 갖고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당시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역시 “재정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으나 1조원 수준일 것이다. 이는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또 인력계획이 없는 복지부안은 무의미하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