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열기 흐름 못막아… 연쇄 규제 피로감만 이주열 총재 "과도한 부채, 감내 못할 손실"정기예금 줄고 입출금 잔액도 감소세
  • 금융당국이 한달 만에 또 다시 대출규제를 꺼내들자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국은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나 정작 소비자들은 "대출을 받을 수 있을때 최대한 받아야 한다"며 당장 필요없는 대출까지 진행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세에 보낸 경고에 시중은행이 대출 한도 축소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엘리트론, 쏠편한직장인S 등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5000만원과 2억원에서 각각 1억과 1억5000만원대로 낮췄다. 이미 지난해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의 신용대출 한도를 일괄 2억원으로 낮췄다.

    이번 한도 축소는 지난 연말 대출 절벽 이후 한달 만의 규제다. 새해 대출 빗장이 풀리자 급격하게 신용대출이 불어난데다 이 자금의 상당수가 주식시장으로 흘러갔다는 게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지난 15일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 역시 "과도한 레버리지(부채)에 기반한 투자 확대는 예상치 못한 충격에 의해 투자자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주가가 빨리 오른 만큼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잇딴 대출 '조절'에 전체 대출 총량은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겠지만 개인들의 주식 투자 열기를 꺾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주식·부동산 등을 하지 않으면 '벼락거지(갑자기 자산격차가 커져서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느껴짐)'가 될 것이란 두려움이 팽배한 상황서 대출규제는 2금융권의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증시가 무서운 속도로 상승세를 이어가자 은행의 정기예금은 감소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정기예금 규모는 741조4000억원에서 전년말 보다 1조1000억원가량 쪼그라들었다. 

    은행의 입출금 잔액도 쪼그라들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3일 기준 489조28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때 9억원이나 줄었다. 언제든 주식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자금이다. 

    연쇄 규제로 인한 피로감도 상당하다. 당국의 대출관리가 계속되면서 일단 받고 보자는 식의 마이너스통장 개설이 부쩍 늘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관리도 중요하지만 현재 증시로 향하는 돈의 흐름을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코로나19 국면 속 대출 조절로 인해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