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경쟁 치열·코로나19" 삼중고마스크 일상화로 작년 화장품 업체 실적 뚝화장품 메카 명동 거리 썰렁… 폐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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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경제의 많은 것을 바꿨다. 이 변화는 소상공인이나 전통적 산업에게 있어서는 큰 상처가 됐지만 일부 사업자에게는 다시는 없을 기회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후 만 1년, 365일이 지나면서 엇갈린 다양한 목소리와 풍경을 짚어봤다.<편집자 주>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졌다. 산업 전반에 걸쳐 코로나19 직격탄을 받고 있지만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화장품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 매출 반토막… 코로나 충격에 '꽁꽁'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4조9764억원, 17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64%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이 각각 7조8542억원, 1조2270억원으으로 전년 보다 각각 2.3%, 4.3% 증가한 것으로 점쳐친다. 화장품 부문은 다소 감소했으나 생활용품과 음료부문이 이를 상쇄시켰기 때문이다.
화장품 전성기를 연 로드숍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에퓨·미샤 등을 전개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3분기 151억원의 적자를 봤다. 같은 기간 잇츠스킨 등을 운영하는 잇츠한불은 23억원, 토니모리는 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미 업계 출혈경쟁과 온라인 쇼핑몰 증가, 소비자 트렌드 변화 등으로 경쟁력을 잃은 상황이다. 국내 화장품 로드숍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2조8000억원에서 2017년 2조290억원, 2019년 1조7000억원 축소됐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폐업도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개 주요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사의 점포 수는 2019년 말 기준 2669개를으로 12.3%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화장품 산업이 코로나19 종식 시점에 따라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탈 마스크가 이뤄지는 시기에 따라 소비 회복기가 달라질 것으로 봤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2021년 본격적으로 열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디지털 경제 가속화에 따른 전략을 체계화하며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따른 고객경험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
◇ "매장 열면 손해, 올해도 막막"
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쇼핑의 메카로 불리던 서울 명동 거리가 쑥대밭이 됐다. 지난 19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명동 거리는 썰렁했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로 나가 명동의 중심가로 알려진 명동8길으로 걸어보니 과거 풍경과는 확실히 달랐다.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의 매장 방문이 끊기면서 곳곳에 폐업 또는 임대가 붙은 점포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아예 4층 건물이 통째로 매물로 나온 곳도 보였다.
문을 열었더라도 영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직원 홀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게 다수였다. 화장품가게 점원들이 중국어나 일본어로 손님을 끌던 모습은 이제 옛일된 듯했다.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수년째 매장을 운영했지만 작년이 가장 힘들었다"며 "손님이 없으니 문을 열지 않는게 이득이 아닐까 싶어 폐업도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관광객이 많은 시절에는 직원 2~3명을 뒀고 이익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화장품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이 줄었고 지난해 코로나19까지 확산돼 최근 직원도 돌려보내야 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명동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30만명에 달했지만 현재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2만여 명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대료·인건비 등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한국감정원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명동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8.5%을 기록했다.
수치상 세 곳 가운데 한 곳을 닫는 셈이지만 현장 체감을 달랐다.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B씨는 "일년 새 화장품 매장이 절반 넘게 줄면서 몇 년간 일해오던 곳도 폐업했다"면서 "운 좋게 다시 일하게 됐지만 언제 닫을 지 몰라 불안하다"고 전했다.
명동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명동에 위치한 매장은 가맹점도 있지만 대부분 본사 직영점으로 운영되다 보니 상징성 등의 이유로 매출에 의해 폐점하는 일은 적었다"면서 "마케팅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철수했다는 것은 그만큼 생존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