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HMM 인수설 해명 헛심"우리가 봉인가" 내부 부글2018년 대우조선 때도 주가만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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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 인수설엔 휘청였고, HMM 인수설엔 화들짝 놀랐다.

    오너없는 기업이고 정부 영향력이 여전하단 이유로 인수합병설이 돌면 그 대상이 되는 포스코 얘기다.

    패턴은 비슷하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을 매각하려는데, 정부가 포스코를 인수자로 꼽았단 식이다.

    설이 제기될 때마다 포스코 주가는 요동친다. 이번 역시 뜬금없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면서, 회사 내부에선 "왜 또 우리냐"며 들끓는 분위기다.

    포스코가 최근 또 한번 인수설에 휩싸였다.

    지난 1월 27일 한 매체는 산업은행이 HMM 민영화에 나섰는데, 정부가 최적 인수 후보로 포스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사자인 산업은행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산은은 "HMM 매각과 관련해 검토한 사실이 없다”며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해명했다.

    28일 오전 포스코 또한 "산업은행으로부터 (HMM 매각 관련)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바 없으며, 검토한 바도 없다"고 공시했다.

    같은날 진행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중선 부사장은 "언론의 추측성 보도에 불과하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세차례 부인으로 포스코의 HMM 인수설은 차츰 가라앉는 분위기다.

    산업은행과 포스코가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진 못했다. 지난 1월 28일 포스코의 주가는 전일 대비 9500원 하락한 25만원을 기록했다.

    포스코가 대기업 인수설에 휩싸인 것은 2년 3개월만이다. 지난 2018년 10월에도 한 매체는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수 있다 보도한 바 있다.

    같은해 10월 29일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포스코가 향후 5년간 약속한 45조원 투자액  중 상당 부분이 인수합병에 쓰일 것이라며 그 대상으로 대우조선을 꼽았다.

    파장은 컸다. 해당 기사가 나간 뒤 이틀간 시가총액만 1조5000억원이 사라졌다. 이튿날인 30일 "대우조선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공시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현재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과 인수합병 진행 중이다. 해당 보도는 말 그대로 추측성 기사로만 남게 됐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기업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포스코가 자주 거론되는 것은 회사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포스코는 삼성, 현대차, SK 등 다른 대기업과 달리 오너가 없다.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지분율은 11.75%이다. 2000년 10월 이후 민영화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산업은행이 기업 매각을 추진하면 매번 그 대상으로 지목된다.

    포스코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인수를 전혀 고려해 본 적도 없는 기업이 오르락 내리락 거릴때마다 해명하기 바쁘다. 주가는 요동치고 내부는 술렁인다. '우리가 봉인가'란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우조선 사례와 같이 HMM 인수 역시 설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HMM 인수로 포스코가 실익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게 주된 이유다.

    포스코가 해운사를 인수하면 원료 운송비 절감에서 가장 크게 이점을 볼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한 선종은 철광석, 석탄, 곡물 등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이다.

    하지만 HMM은 컨테이너선 위주로 해운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벌크선 비중은 10%도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HMM과 같은 대형 해운사를 인수할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현재 포스코는 리튬 등 이차전지소재와 수소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수소환원제철공법을 도입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가 투자해야 하는 자금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몸값만 1조~1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HMM을 인수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하단 얘기다.

    포스코는 과거 정준양 회장 재임 시절 무분별한 인수합병으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특히 성진지오텍 등 부실기업을 인수하며 그룹 전체가 수년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런 교훈 때문인지 정준양 회장 이후 취임한 권오준 전 회장과 최정우 회장은 인수합병에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인수합병보다는 리튬 등 미래사업에 투자하며 백년 기업으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미 레드 오션인 해운업에 뛰어들며 리스크를 감당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포스코 입장에서 HMM을 인수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상황에서 해운사는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 아니다"며 "뜬금없이 어떻게 이러한 소문이 돌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가지 가능성은 정부가 HMM 매각을 밀어부치면서 포스코에 떠넘기는 것인데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방식이 먹히겠냐"며 "예전 대우조선 사례와 같이 설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