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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2만가구를 포함해 전국 84만가구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주택공급대책이 발표됐지만 시장 반응이 시원찮다. 정부가 기대한 집값안정은 고사하고 개발 기대감에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공공이 민간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시장의 거부감이 큰 상태다. 정부의 희망대로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져 물량 확보가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다.
이번 공급대책은 정부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도입해 도심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그동안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대책에서 탈피해 공공개입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려 집값 안정을 꾀하려는 현 정부 주택정책 변화의 상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번 개발사업의 추진 후보지는 서울에서만 222곳으로 정해졌다. 공공주택 복합사업 대상인 역세권은 117곳, 준공업지역은 17곳, 저층 주거지역은 21곳으로 총 155곳이다. 나머지 67곳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다.
문제는 민간의 참여 의지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사업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도만 공개된 상황이고 인센티브도 사업장별로 차이가 있다보니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실제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 등으로 당장의 집값 상승세와 전셋값 급등세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설 연휴가 지나면 신학기 학군 이주 수요까지 보태져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 정비사업이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가 있다지만 임대주택 비중이 증가하는 등 집주인들의 거부감이 꽤 크다"며 "오히려 개발 기대감으로 인해 수도권 외곽지역까지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 정부의 여러 부동산대책에도 계속 오르기만 하는 집값을 목격한 국민들도 이번 대책 효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일 여론조사를 벌여 공표한 결과를 보면, 2·4대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53.1%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수용 방식에 기초한 직접진행 방식이 정부의 생각대로 속도감있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정부가 새로운 모델로 제시한 공공재건축도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신청 접수에서는 15곳에 불과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대책은 과도한 용적률 부여라는 수단에 기대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며 "첨예한 이해관계를 끊임없이 조정해야 하는 정비사업을 비효율성이 내재된 공기업에 맡기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