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장기화 시작"… 兆 단위 손실 우려포드·아우디·폭스바겐·토요타 등 줄줄이 감산수급 불균형 최악… "1분기 67만대 차질"
  • ▲ 수출부두에 가득 차 있는 자동차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현대차그룹
    ▲ 수출부두에 가득 차 있는 자동차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현대차그룹
    자동차 업계를 덮친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주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이 최대 38주 정도임을 고려하면 3분기(7~9월)까지도 공급 차질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한 가운데 공장이 멈춰서고 완성차 업체가 조(兆) 단위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멕시코 산루이스 포토시 공장의 감산 조치를 적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달 초 가동 중단에 들어간 지 1주일 만에 나온 조치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로이터통신은 “GM이 반도체 부족으로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생산뿐 아니라 현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들어 완성차 업체는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에 신음하고 있다. 포드는 1분기(1~3월) 생산이 최대 20.0%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픽업트럭 F-150을 제때 만들지 못하고 있다.

    독일 아우디는 1만 명이 넘는 직원이 일시 휴직에 들어갔다. 폭스바겐은 생산을 10만여 대 줄이기로 확정했다. 이 밖에 일본 닛산과 혼다, 프랑스 르노,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도 이미 감산을 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를 괴롭히고 있는 반도체 수급 대란은 수요 예측 실패가 원인이다.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은 코로나로 스마트폰이나 PC 등 수요가 늘어난 곳에 제조 역량을 집중했다.

    반면 완성차 업체의 경우 꾸준히 반도체 주문을 줄여왔다. 그러나 차를 사려는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반도체 불균형이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 중에선 한국GM이 부평 2공장 가동을 기존의 절반으로 낮추기로 한 바 있다. 현대차·기아, 르노삼성, 쌍용차는 재고 확보와 공급 관리 등으로 당장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반도체 공급 부족 장기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핵심 반도체 중 하나인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은 발주부터 납품받기까지 26~38주가 걸린다. 최소 3분기는 지나야 반도체 품귀 현상이 해소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영향을 받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재고 확보와 사태를 지켜보는 것 외에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3분기까지 반도체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며 “1분기 완성차 업체 생산은 67만2000대 줄어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산업협회 측은 “공급 차질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도체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코로나발(發) 충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