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화폐 '동백전' 운영사 KT에서 코나아이 변경KT 지역화폐 7종 중 가장 큰 규모… 발행액 1조2000억지난해 매출 7배 성장한 블록체인 사업도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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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지역화폐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최대 고객을 놓치면서 블록체인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부산시와 KT에 따르면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의 운영 대행 용역 입찰 결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코나아이'가 선정됐다.
이번 입찰에는 기존 동백전 운영사인 KT와 코나아이가 참여했지만 기술능력평가에서 코나아이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T와의 계약기간은 2월 28일까지다.
부산시 관계자는 "KT와 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새로운 운영대행사를 선정했다"면서 "정량·정성 평가에 따라 선정된 것으로 시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동백전 사업자 교체로 KT 지역화폐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동백전은 KT가 운영하고 있는 7종의 지역화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발행액은 1조 2000억원이며, 현재까지 누적회원은 약 89만명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KT의 지역화폐 발행액이 2조원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동백전 발행액은 전체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동백전이 지역화폐 사업 매출이나 위상에서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역화폐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경기를 부양하고자 현금성 지원정책 수단으로 지역화폐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동백전도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몰리면서 캐시백 지급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겪었다.
지역화폐 성장은 KT의 기업시장(B2B) 시장 공략에도 큰 기폭제로 작용했다. KT는 지난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블록체인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7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역화폐 발행량의 일부가 수수료 수익으로 발생하는데 수요가 늘면서 관련 매출도 증가했다.
KT는 지난해 B2B를 겨냥한 전용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공개하고, 본격적인 시장 발굴과 확산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B2B 사업 전체 연간 매출은 2조 7740억원으로 전년대비 2.0% 증가했고, 블록체인을 포함한 AI·DX 부문 연간 매출은 4507억원으로 연간 11.8%의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동백전 운영사에서 미끄러지면서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지역화폐를 담당하는 부서인 블록체인 비즈 센터도 당장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KT가 부산시에게 받는 동백전 수수료는 97억원이다. 지역화폐 시장의 유망성을 감안했을 때 향후 얻게될 수익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2022년까지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18조원까지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지역화폐와 관련된 시스템 구축이나 홍보, 연구 용역 등이 연이어 등장하는 등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 비즈 센터는 KT가 블록체인 모델을 수익 사업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서다. 지난 2019년 김포시의 '지역화폐 플랫폼 운영대행 사업자' 경쟁입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지역화폐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후 지난해 초 약 3000억원 규모의 부산지역 '동백전'을 발행하면서 서비스를 확대했다. KT는 이밖에도 울산 '울산페이', 세종 '여민전', 충남공주 '공주페이', 전북익산 '다이로움', 경북칠곡 '칠곡사랑카드' 등을 발행해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는 새로운 운영대행사와 동백전 사업 인수·인계 작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동백전 카드 교체와 동백몰 인수·인계 등으로 인해 사용자들의 불편도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동백전 운영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사업자로 선정된 운영사와 부산시 협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