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채 미매각→오버부킹, 환골탈태 성공분양호조·경기개선 기대감에 투자자 몰려녹색채권 수요 맞물려 기관·리테일 관심↑
  • 회사채 발행에 나선 건설사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미매각 악몽을 떨쳐내고 기관투자자의 러브콜을 받으며 환골탈태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초과수요(오버부킹)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롯데건설은 1200억원 회사채 모집액의 6배 수준인 7100억원이 몰리며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지난 2012년 수요예측을 도입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흥행에 힘입어 롯데건설은 2000억원까지 증액을 검토 중이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와 연기금 등이 응찰해 다양한 투자자를 확보한 점도 의미 있게 평가된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주택사업 호조로 펀더멘털을 탄탄하게 유지한 점이 기관투자자를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심화되고 저금리 기조로 주택 경기가 활황세를 맞으면서 주택·건축 비중이 높은 롯데건설도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롯데건설은 4년 연속 5조원대 매출을 올렸고 전년대비 17% 개선된 3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1000억원규모 회사채 발행에서 고배를 마신 한화건설도 경기개선 기대감을 등에 업고 반전에 성공했다. 

    600억 공모채 발행 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3670억원이 몰렸고, 결국 환화건설은 1200억원까지 증액 발행키로 했다. 조달된 자금은 차입금 차환에 사용된다. 

    정부가 주택공급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꿨고 코로나19 예방 백신 보급시 분양시장 호조 및 해외사업 정상화가 기대되면서 건설사 회사채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건설사의 ESG채권 발행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SK건설은 1500억원 모집에 무려 1조21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수요예측 사상 최대 규모로 흥행하면서 3000억원 증액도 검토 중이다. 

    SK건설이 발행한 회사채는 ESG채권(환경·사회·지배구조) 중 하나인 녹색채권이다. 녹색채권은 신재생 에너지프로젝트 자금이나 탄소 감축 등 녹색산업 투자자금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들이 ESG평가를 바탕으로 투자처를 결정하거나, ESG지표를 투자의사에 반영하다보니 건설사들도 환경경영을 앞세워 투자자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SK건설 역시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태양광(3.5%)과 연료전지(21.6%), 친환경 건축물(74.9%) 등 신규 프로젝트에 사용할 계획이다. 

    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국내 민간건설사 최초로 녹색채권을 발행했는데 투자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한국기업평가는 "SK건설의 녹색채권 투자로 온실가스배출량 감소분은 연간 약 2만738톤CO2 eq로 예상된다. 이는 9624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기 온실가스 배출량과 동일하고 소나무 14만8483그루를 식재하는 효과와 동일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자체 ESG인증평가에서 SK건설에 최고등급인 G1을 부여했다.

    지난해 7월 국내 건설업계 중 처음으로 ESG채권을 발행한 포스코건설도 또 한 번 녹색채권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ESG 채권 투자 수요가 늘고 있어 무난한 흥행을 거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