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초점 흐려최정우 포스코 회장 치도곤… "염치 있어야지, 능력 없는 것" 외국인 대표에 "한국어 해라" 억지 주장도"이런 청문회 왜 하나"… 기업들 한탄
  • ▲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였다.

    장장 10시간에 걸친 첫 산업재해 청문회는 맹탕에 그쳤다.

    산업재해에 대한 문제점 도출과 대책 마련은 온데간데 없이 시종일관 호통소리가 청문회장을 가득 메웠다.

    특히 포스코 최정우 회장을 상대로 한 질의는 애초 취지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채 인신공격성 질문과 윽박이 난무하면서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었다.

    예고한대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오전 10시부터 산업재해 청문회를 개최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 우무현 GS건설 대표,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등 9개 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장장 10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하지만 건설 제조 택배 부문별로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무작위로 증인심문이 이어지면서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집중 포화를 맞은 사람은 포스코 최 회장이었다. 출석과 불출석을 오락가락한 탓인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의원들은 산업재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최 회장 군기잡기와 망신주기에 더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은 인신공격성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포스코 노동자들은 '포스코는 문을 열면 지옥'이라고 한다"며 "증인은 지옥으로 들어가는 저승사자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3년 간 이미 포스코에서 일어난 중대재해 사건 대응관리에 능력이 없다는 걸 중대재해 사건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실패한 3년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찌 생각하냐"고 쏘아댔다.

    최정우 회장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노웅래 의원은 한술 더 떴다. 근거없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대놓고 흠집내기에 나섰다.

    노 의원은 "위험성 평가보고서 조작된거 인정하냐, 안하냐"고 윽박지르며 "생명 경시한 포스코의 모습이 나오는거 아니냐. 염치가 있어야지. 청문회 안나올려고 진단서 제출한 거 아니냐"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청문회와 전혀 상관없는 문제까지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 의원은 지난해 3월 포스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최 회장은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3월12일 임원들에게 주식을 사라고 하지 않았다. 당시에 국내 기업의 주요 임원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사 주가가 하락하자 책임 의지를 보이고자 주식을 매입하는 시기였다. 본사 임원들의 주식 매입 역시 이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사참배 의혹도 들고 나왔다. 노 의원은 일본 관광 사진을 내세우며 "도쿄에서 신사참배를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10월 세계철강협회 총회 중 도쿄타워 인근에 있는 절을 방문한 것”이라며 “신사와는 전혀 다르다”고 답했다. 실제 해당 종교 시설은 일본 정토종을 대표하는 불교 사찰로 알려졌다. 

    급기야 노 의원은 산업재해 책임 추궁을 넘어 연임을 그만두라는 요구까지 쏟아냈다.

    "청문회 안 나오려고 2주 진단서를 쓰냐"며 "건강이 안 좋으면 (회장직을) 그만둬야 하지 않느냐"며 회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 임종성 의원도 "자진해서 사퇴할 의사가 있느냐"며 압박했다.

    이에 최 회장은 "안전을 챙기란 질책으로 알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에둘러 답했지만 지켜보던 포스코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문회에서 망신을 당한 것은 비단 최 회장 뿐만이 아니다.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 대표가 통역을 통해 질의응답을 하자 임종성 의원은 "한국 대표는 한국어도 해야 한다"며 억지스런 주장을 펼쳤다.

    반면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는 산재 발생 원인에 대해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노동자에 의해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답해 논란을 키웠다. 결국 한 대표는 오후 청문회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재계는 이날 청문회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호통 청문회란 평가를 받지 않겠다 호언장담 했지만 결국엔 기업인 망신주기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사고의 정확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고 자료만 들이대며 호통치는 모습에 실망감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블라인드 등에 올라온 일부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검증없이 청문회장에 쏟아내는 질의행태에 모욕감을 느꼈다"며 "10시간 내내 면박주기로만 일관하는데 어느 기업 대표가 진심으로 반성하며 돌아가겠냐.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