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전세가율, 임대차법 시행 후 반년만에 하락 다급해진 집주인들, 급매물로 세입자 유인해 계약 체결
  • 서울 송파구에서 전셋집을 알아보던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시세보다 1억원 저렴한 4억짜리 급매물을 발견하고 집주인과 연락했는데, 집주인은 시세와 똑같이 5억원에 계약하자는 것. 

    단, 집주인은 세입자가 추가로 받아야하는 대출금 1억원에 대한 이자를 직접 내주겠다고 제안했다. 갭투자로 집을 구입했는데 최근 전세값이 떨어지자 집주인이 낸 묘수였다. 부동산 규제로 추가 대출이 막히면서 세입자의 전세대출까지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오름세가 작년 8월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 처음으로 반전됐다.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전달대비 0.09%포인트 떨어진 56.17%로 집계됐다.

    작년 8월 새 임대차법이 도입된 8월부터 5개월 연속 오름 곡선을 이어가다 상상그래프가 처음 꺾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자료로도 확인됐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올해 1월 0.74%, 2월 0.60%로 상승 폭이 축소됐다. 

    특히 올해 상반기 대규모 입주를 시작한 강동구와 송파구 지역에서는 전세매물 쌓임 현상이 두드러진다. 상일동 고덕자이(1824가구), 강동리버스트8단지(946가구), 상일동 강동리엔파크14단지(943가구)가 입주하면서 전세 값이 진정됐다. 

    지난 8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는 전세가격이 4.76% 오르면서 상승세가 거침없었지만 반년 만에 사그라든 분위기다. 7~8억원 사이에 거래되던 고덕동 새 아파트 전용 59㎡ 전세매물 가격은 최근 6억원 중반대로 내려앉았다.

    송파구도 비슷한 분위기다. 거여동과 하남 감일지구, 북위례 학암동 등 1만4000여 가구 아파트에서 입주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라 전세계약 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하남감일C2블록 더샵포웰시티(881가구)가 입주했고, 오는 5월에는 북위례힐스테이(1078가구), 위례포레자이(558가구) 등이 예고돼있다.

    대규모 입주물량 공세를 앞두고 강동, 송파 일대 집주인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직장이나 학군 이유로 설 직전 전세를 내놓았으나 세입자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갭투자로 집을 매수한 이들은 더 곤란해 하고 있다.

    송파구 A중개업소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고 소형평수 집값도 9억원 이상으로 순식간에 오른 상황에서 갭투자한 집주인들은 속이 탈 것"이라며 " 전세 값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투입하는 본인 자금규모가 줄어드는데, 최근 전세가 잘 안나가다보니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대출규모마저 제한돼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보니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로 세입자를 유인해 그의 전세대출을 활용하려는 꼼수까지 등장하는 셈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거래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시장 작동원리에 따라 가격이 형성돼야하는데 이를 방해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강동구 B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차시장에 불안할 때 나타나는 현상들"이라며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에선 가격이 떨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상거래가 늘어나게 되면 시세가 인위적으로 유지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