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지하화 계획에 '구일섬' 주민여론 반신반의차량기지 이전 미포함…소음·분진·지역단절 원흉재건축 추진위 지하화 촉구…서울시 "필요성 있어"
  • ▲ 구로차량사업소(구로차량기지) 앞. ⓒ임희택 기자
    ▲ 구로차량사업소(구로차량기지) 앞. ⓒ임희택 기자
    서울시가 지난 23일 '철도지하화 통합개발계획'을 전격 발표했지만 부동산시장 반응은 뜨뜨미지근하다. 사업비만 25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실제 착공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아서다. 공사비 상승 등 시장상황에 따라 사업이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철도지하화를 고대해왔던 서울 구로구 구로1동의 분위기도 매한가지다. 무엇보다 이번 계획에 숙원사업인 구로차량기지 지하화·이전이 포함되지 않아 주민들의 기대감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8일 찾은 구로1동 주민들은 이번 철도지하화 계획에 대해 대부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사업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주민들이 적잖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난해 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두고 주민들은 '된다 된다' 기대했는데 무산됐다. 낙담한 주민들이 많다"며 "당시를 기억하는 일반 주민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내 H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시와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상철 지하화·차량기지 이전을 논의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에도 영일만 대왕고래 프로젝트처럼 정치적 목적이 있는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 ▲ 구일역앞보도육교서 바라본 구로2동. 보행자는 구일로 및 1번국도(황색강조)를 가로지르려면 육교를 이용해야 한다. ⓒ임희택 기자
    ▲ 구일역앞보도육교서 바라본 구로2동. 보행자는 구일로 및 1번국도(황색강조)를 가로지르려면 육교를 이용해야 한다. ⓒ임희택 기자
    구로1동은 속칭 구일섬으로 불린다. 사면이 1호선 경인선·경부선·구로차량기지·1번국도 등으로 막혀 있어 고립된 섬과 같다는데서 붙은 이름이다.

    특히 △구로주공아파트1·2단지 △현대연예인아파트 △우방아파트는 지상철·차량기지와 접하고 있어 주민들은 소음·분진에 직접 노출됐다.

    구로구는 광명시로 해당 차량기지 이전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 심의결과 사업타당성 부족을 이유로 무산됐다.

    이번 서울시 철도지하화계획에 따르면 경부선 등 서울 시내 지상철도·지상역이 지하화된다. 지상엔 녹지공간과 복합시설이 조성된다. 

    하지만 해당계획엔 구로차량기지 지하화·이전이 포함되지 않았다. 차량기지는 구로1동과 구로구 타지역을 동서로 단절시키는 '원흉'으로 지목돼왔다.
  • ▲ 구로1동 한신아파트서 바라본 고척1동. 경인선(황색강조) 구간 너머로 고척스카이돔이 보인다. ⓒ임희택 기자
    ▲ 구로1동 한신아파트서 바라본 고척1동. 경인선(황색강조) 구간 너머로 고척스카이돔이 보인다. ⓒ임희택 기자
    주민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차량기지 지하화·이전이 무조건 병행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K공인 관계자는 "철도가 지하화되더라도 차량기지가 그대로 남으면 지역주민들 입장에선 득될게 없다"며 "'제2 연트럴파크'를 만든다고 하는데 차량기지옆에 옹벽을 쌓아 녹지와 분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지역내 재건축 추진단지들도 차량기지 지하화·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구로1동에선 주공1·2단지(2126가구·최고15층)가 2018년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 속도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

    주공1·2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주공1·2단지는 서울 서남권에서 손꼽히는 대단지로 사업성이 충분하다"며 "현 위치에 차량기지가 남으면 재건축후 주거여건이 개선될지 장담할 수 없다. 차량기지 지하화·이전을 앞으로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 구로1동 우방아파트서 바라본 구로2동. 경인선(황색강조) 구간이 구로1·2동을 가로지르고 있다. ⓒ임희택 기자
    ▲ 구로1동 우방아파트서 바라본 구로2동. 경인선(황색강조) 구간이 구로1·2동을 가로지르고 있다. ⓒ임희택 기자
    이에대해 서울시 철도지하화팀 관계자는 "구로차량기지 지하화·이전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비용을 고려해 별도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5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부산 △인천 △경기 △대전 등 5곳 철도지하화계획을 접수했다. 오는 12월 5곳 중 선도사업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선도사업지는 2027년 지하화 착공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