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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포스코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을 겨냥한 '연임 반대'의 작심 공세로 주총을 불과 3일 남긴 가운데 수위는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재계 안팎에선 "이렇게 대놓고 포스코를 흔든 적은 없다"며 "다른 인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포스코 내부에서 조차 이번에도 집권세력의 화를 입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가득하다. 8명의 CEO가 중도하차한 수난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8일 비상대책위에서 "오는 12일 최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포스코 주총이 예정돼 있다"며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의미에 맞게 포스코가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지난 3일 '최정우 회장 3년, 포스코가 위험하다'란 국회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개진했다.
노 의원은 "안전을 지키지 않는 악덕 기업과 경영진에 대해서 확실한 철퇴를 가해서라도 포스코의 연쇄살인을 끊어내야 한다”면서 “최정우 회장 3년에 대해 평가를 하자”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환노위 청문회에선 가짜뉴스로 드러난 신사참배까지 들먹이며 시종일관 최정우 회장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도 지난달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포스코는 최고경영자(최 회장)가 책임지고 산업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투자 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를 실행해 포스코가 사회적 책임 다하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산재를 매개로 포스코를 염려하는 듯 하지만 최정우 회장 연임반대가 저변에 깔려 있는 셈이다.
"職을 걸겠다"는 최 회장의 산재대책에도 공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급기야 매출 35조 리튬 염호까지 도마에 올랐다. 금속노조와 민변, 참여연대 등은 최 회장과 포스코 임원 64명을 미공개정보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3월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수 계획이 4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외부에 공개되기 전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황당한 주장이란 반응이다. 당장 회장 연임을 해야하는 사람이 자기 주식을 올려놓고 돈벌려고 주식을 산 다음에 35조 염호를 발표해서 시세차액을 얻는다는게 도무지 말이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권을 중심으로 이례적으로 포스코 회장 연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다른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에 대한 여당 지도부의 개입이 도를 지나쳤다"며 "여당에서 밀어주는 다른 후보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포스코 주총은 12일로 예정돼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최정우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이며 60%의 소액주주들은 최 회장 연임을 찬성하고 있다.
여당에서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언급하며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의 지분 11.75%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최 회장 연임을 막으려면 다른 주주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반대를 하려면 최소 50% 이상의 표를 확보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만으로 연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국민연금이 회장 연임안에 중립을 지키는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17년 주주총회에서 권오준 전 회장의 연임안에 대해 중립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최정우 회장은 8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다시 한번 연임 의사를 확고히 했다.
최 회장은 "회사는 도전적인 경영환경에 대응해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AI 기술을 활용한 저원가·고효율 생산 체제를 더욱 강화해 수익성 회복에 집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룹 사업은 LNG, 식량 등 핵심 성장사업 중심으로 밸류 체인 확대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성과 창출을 가속화하고,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생산능력 확대를 지속하는 동시에 리튬·니켈 등 원료 내재화 및 기술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 글로벌 탑티어로 도약하겠다"며 "차세대 신성장 사업인 수소 사업은 내부 생산 능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국내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기회를 발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