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고속도로·공항·산단 예정지 투기 의혹 제기건설업계, SOC예산 줄어들까 '전전긍긍'
  • ▲ LH 직원이 투기한 것으로 의심되는 땅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 LH 직원이 투기한 것으로 의심되는 땅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철도나 고속도로 등 SOC(사회기반시설)까지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SOC 편입 지역은 대표적인 교통호재 지역으로 투기의혹 1순위로 꼽히기 때문이다.

    다만 건설업계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SOC 투자 집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정적 여론에 떠밀려 예산집행 규모가 더 떨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GTX A·B·C노선을 비롯해 김천~거제 간 남부내륙철도, 서울 서부선 경전철 등 전국 곳곳에서 철도건설사업이 속속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SOC 예산을 편성하면서 도로보다 철도에 더욱 많은 예산을 책정했다. 이중 GTX 3개 노선은 역사 위치가 주변 집값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여기저기서 역사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경기 안산 상록수역에 GTX C노선이 정차할 수 있다는 소문에 인근 아파트값이 크게 뛰었는가 하면 GTX 역사가 들어설 예정인 고양 창릉지구 인근 집값도 크게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GTX역사가 들어설 만한 지역에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경기북부지역 한 지자체에서 도시철도 연장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이 철도역사 예정지 인근에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속도로의 경우에도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도로공사 직원의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 직원은 앞서 2016년 비공개 정보인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설계도면을 활용해 실시설계가 완료되기 전 토지를 매입했고 이후 도로공사는 해당 직원을 파면 조치했다.

    여기에 더해 부산 가덕도신공항과 세종 스마트국가산업단지 등 공항과 산단 개발 예정지도 잇따라 투기 의혹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외지인들이 토지를 매입해 벌집 100여채를 지어놓은 사실이 드러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투기 의혹 전수조사 대상을 철도역사와 고속도로 등으로 확대하면 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며 "철도와 도로의 예산집행이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 1월 주요 관리대상사업에 대한 집행실적이 1조7882억원으로, 연간계획(51조5118억원)의 3.5%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달 국토부의 예산집행(3조4571억원) 실적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미 일부 철도역사와 고속도로 나들목 예정지 등에서 투기 의혹이 확인된 가운데 추가 의혹이 연이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면 예산집행이 더 쪼그라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철도역사와 고속도로 예정지 인근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부정적인 국민정서가 해소되기 전까진 사업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SOC마저 줄어들면 올해 수주물량을 달성하지 못할까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