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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논란을 둘러싼 현대차 직원들의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실제 지난해 현대차 평균 연봉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현대자동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 직원들의 1인 평균 급여액은 8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00만원(8.3%) 감소했다. 2019년 평균 급여는 9600만원이었다.
성별로 나눠보면 남직원들의 감소폭이 컸다.
현대차 남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급여는 8900만원으로 2019년과 비교해 800만원 줄었다. 같은기간 여직원은 7000만원으로 600만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 감소는 직원들에만 그치지 않았다. 현대차 미등기임원들의 1인 평균 급여액은 3억9000만원으로 전년(4억1500만원) 대비 2500만원 줄었다.
반면 정의선 회장은 연봉이 인상돼 대조를 이뤘다.
정 회장은 지난해 급여 30억6200만원과 상여 9억4600만원 등 40억800만원을 수령했다. 2019년에 받은 34억200만원과 비교해 17.8% 증가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그룹 전반에 걸쳐 정 회장의 역할과 책임이 대폭 확대됐다"며 "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등 경영 전반에 리더십이 증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매년 감소하는 급여에 현대차 직원들은 실망감이 날로 커지고 있단 점이다. 특히 SK하이닉스발로 시작된 대기업 성과급 논란은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분위기는 16일 열린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서도 감지됐다. 애초 정의선 회장이 직접 임직원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변하는 생방으로 기획됐으나 질문이 성과급 얘기로 도배가 되자 라이브를 취소했다.
우려를 인식한 정 회장은 "직원들이 회사에 기여한데 비해 존중받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굉장히 죄송스럽다"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전체 직원들 눈높이를 쫓아가지 못했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성과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해서 보상이나 승진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수익성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올라가는 만큼, 보상을 정확히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 회장의 발언이 직원들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타운홀 미팅 이후에도 날선 비판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한 직원은 "지금껏 수익은 꾸준히 내고 있다. 외부에서 보면 수익이 안나는 회사인 줄 알겠다"며 "수익내면 재경에서 리콜비용 적립이라고 다 빼간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원은 "지난해 수익은 2019년보다 더 악화됐다"라며 "올해는 더 안주겠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현대차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올해도 바이러스 재확선 우려, 국가간 자동차 수요 회복 양극화, 언택트 소비문화 확산 등 불투명한 경영환경이 이어지며, 실적 개선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경영 환경을 고려하면 올해 또한 성과급 인상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전년 실적을 기준으로 연봉 책정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까지 직원들의 연봉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에서 정의선 회장이 연봉 반납에 동참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라며 "회장의 과감한 결단 없이는 현재 직원들 불만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