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아우디 한국 통해 러시아 공급개인 구매 후 말소 … 몽골 등 제3국 통해 수출한국 딜러들 동참 정황 … 판매 실적 올리려 모른척
  • ▲ 독일 3사 로고 ⓒ각 사
    ▲ 독일 3사 로고 ⓒ각 사
    러시아 수출통제 대상 품목인 수입 자동차들이 한국을 통해 여전히 러시아로 수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내 수입차 딜러들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3사(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의 자동차들이 제3국 우회를 통해 러시아로 수출하는 사례가 성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제재의 하나로 고급 상품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수출 금지 품목엔 5만 유로가 넘는 고급 자동차도 포함됐다.

    한국 정부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사회의 러시아·벨라루스 제재에 동참하기 위해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허가 대상 품목에 자동차 등 수출 통제 품목을 지정했다. 이에 따라 특별 허가를 받은 품목만 수출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선 여전히 독일, 일본 등 고급 수입차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 기업이 일제히 러시아 현지 수출을 중단하면서 현지에선 오히려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러시아 수입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한국과 러시아 사이를 잇는 브로커들을 이용한다. 브로커는 구인 사이트 등을 통해 자동차를 구매할 일반인을 모집한다. 

    모집된 일반인들은 국내에서 차를 구매한 후, 몇 주 만에 말소한 뒤 이를 제3국을 통해 수출한다. 이전까지는 키르키즈스탄이나 카자흐스탄을 통해 수출되는 경우가 잦았지만, 최근에는 해당 경로가 막혀 몽골을 통해 러시아로 보내지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물론 이는 대외무역법 및 관세법 위반에 해당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입차 딜러들이 깊게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인들이 마음먹고 딜러를 속여서 구매 후 수출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딜러들이 충분히 이를 걸러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실적을 위해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도 판매하는 경우도 잦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입차 딜러는 "딜러 입장에서 어떤 고객이 진짜 고객이고, 어떤 고객이 러시아 수출 의도가 있는지 알 수 있다"라며 "수출 고객은 본인이 구매하고자 하는 차에 관한 질문을 던졌을 때 해당 차량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고, 설명을 잘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 ▲ ⓒ러시아 중고차 사이트 갈무리
    ▲ ⓒ러시아 중고차 사이트 갈무리
    통상 수입차 딜러사들은 고객에 '수출 통제 규정을 준수한다'라는 취지의 확인서를 쓰도록 한다. 신차를 국제 제재 대상 국가나 한국 정부의 수출 통제 대상 국가에 수출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서약서다.

    그러나 일부 딜러들은 이를 묵인해 판매하거나, 이를 넘어 해당 브로커와 합심해 구매자와 셋이서 수수료를 나눠 가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딜러 사이에선 이를 두고 (수출을) '날린다'라는 은어를 사용한다.

    또 다른 딜러는 "예컨대 1억 원짜리 자동차면 러시아에선 중고차에도 불구하고 1억2000만 원 정도에 팔린다"라며 "딜러들이 수출자인 것을 알고도 본인의 실적을 쌓기 위해 모른 척하고 파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단기간에 수출을 날려 잔뜩 한몫을 챙기고, 문제가 되기 전 타사로 이직하는 딜러들도 많다"라며 "일부 딜러는 중간에 걸려서 해고되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러시아 중고차 판매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2022년 이후 생산한 독일 3사 중고차들의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주행거리는 10~50킬로미터(km) 사이로, 사실상 새 차에 가깝다.

    외신도 한국에서 러시아로 고급차들이 수출되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발트해 연안국과 벨라루스를 통하는 것보다 한국을 통해 고급 독일 자동차를 밀수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빠르다"라며 "3만 루블(51만 원)의 비용으로 자동차의 온보드 시스템을 한국어에서 러시아어로 전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러시아 밀수국으로 국제사회에 인식될까 우려된다"라며 "자동차 밀수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