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논란 네이버·카카오...MZ세대 반발 일으켜은둔형으로 알려진 이해진·김범수 직접 단상에 올라연봉인상 경쟁 후폭풍 우려
  • 네이버와 카카오가 성과급 논란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게임사를 중심으로 파격적인 연봉 인상 경쟁에 나서면서 해당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사측이 전년도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고수하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선 것. 여기에 노조가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메일을 발송한 것에 대해 사측은 '업무와 무관한 이메일 사용'이라며 공문을 보내 회수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지난 16일 네이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19억 7500만원,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34억 5900만원, 채선주 네이버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OO)는 26억 6000만원,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24억 61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은 포함되지 않았다.

    네이버 경영진 5명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81억 8700만원이었던 2019년에 비해 55% 증가한 수치다. 직원들의 성과급을 동결한 것과 반대로 높은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내부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성과급이 부족하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같은 IT업계인 게임업계가 파격적인 연봉 인상이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주식 위주의 상여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2017년부터 비정기적으로 임직원에게 근속연수를 채워야 거래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200만주 가량이 부여됐다.

    성과급 이슈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아 은둔형 경영자로 꼽히는 이해진 네이버 GIO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네이버는 지난달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 GIO는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이 만들었던 성과를 스톡옵션을 통해 나누게 돼 기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이 GIO는 지난 12일 사내 메일을 통해 “사업이 더 커지고 잘 돼야 타사와 보상 싸움에서 최종 승자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경영진과 스태프를 믿어주세요”라며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카카오 역시 지난달 사내 설명회를 통해 임직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김 의장은 ‘임직원 급여와 성과급이 타사에 비해 낮다는 의견이 많다’는 직원들의 질문에 대해 “계열사마다 규모나 업계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다른 곳보다 규모가 작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개선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네이버 노조는 “간담회 이후 보상과 관련한 특별한 진척은 여전히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 역시 김 의장의 원론적인 답변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성과급 이슈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경영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회사의 사업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없이 급진적인 보상 경쟁에 따른 후유증이 염려된다는 점에서다.

    I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수혜를 받은 IT업계에 인력난이 더해지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개발·비개발 직군의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네이버와 카카오의 후속 조치는 빠르게 이어질 전망이다. 네이버는 오는 24일 이사회에서 임직원 보상 문제를 논의한다. 카카오 역시 이달 말 단체협약에서 연봉 인상 논의가 예정돼 있으며, 4월 첫째 주에 인사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길’을 출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