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신춘호 형제 생전 화해는 불발송용덕 대표,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조문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 범롯데家, 조문 행렬 줄이어
  • ▲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신춘호 농심 회장.
    ▲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신춘호 농심 회장.
    라면사업을 두고 갈등하다 의절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이 모두 세상을 뜨면서 농심가(家)와 롯데가의 묵은 앙금이 풀릴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28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신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전날 롯데그룹 2인자를 지낸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도 다녀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현재 일본에 체류하고 있어 이번 장례일정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그를 대신해 그룹 차원의 조의를 다하는 모습이다.

    전날 신 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조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등 범롯데가 일원들이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신 회장의 빈소 내부에 자리를 잡았는데 특히 신동빈 회장의 조화는 고인의 영정 바로 옆에 놓여져두 가문이 화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신격호 회장, 신춘호 회장 두 형제는 살아 생전 화해를 하지 못했다. 신 회장은 1960년대 일본롯데에 이사로 근무하며 신격호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라면사업을 시작하면서 형제의 관계가 틀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이후 갈등이 깊어지자 신춘호 회장은 1965년 아예 롯데공업을 차리며 롯데의 라면사업과 경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롯데 브랜드를 빼라는 신격호 회장의 요구에 아예 사명을 농심으로 바꾼 것이 오늘날 농심의 시작이었다. 두 형제는 그 이후 의절하고 단 한번도 마주하지 않았다. 신춘호 회장은 선친의 제사에도 불참했을 정도다.

    이 갈등은 생존에 해소되지 못했다. 신춘호 회장은 지난해 신격호 회장의 별세 후에도 직접 조문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고령,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내내 빈소를 지켰던 만큼 롯데-농심의 관계 회복도 물꼬를 텄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 형제가 생전에 해소되는 못했지만 두 회사 모두 국내 대표 유통사와 식품사로 성장한 만큼 사촌간인 2세까지 갈등이 대물림 될 이유는 많지 않다"며 "이들이 선대의 못다 이룬 화해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신 회장은 27일 오전 3시38분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농심그룹은 창업주인 고인을 기리기 위해 4일간 농심그룹 회사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발인은 30일 오전 5시, 장지는 경남 밀양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