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법원 "31일까지 인수의향서 달라"HAAH '묵묵부답'기초체력 바닥… 회생 vs 청산 갈림길
  • ▲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쌍용차
    ▲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쌍용차
    쌍용자동차 매각 협상이 이번 주 분수령을 맞는다. HAAH오토모티브(HAAH)의 최종 투자 결정이 지연되면서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에 또다시 생산 중단 등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생존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지만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쌍용차에 오는 31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 조달을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쌍용차는 당초 이달 중으로 투자 여부에 대한 확답을 받고, 채권자의 P플랜 동의를 구할 계획이었지만 답보 상태에 빠졌다. HAAH가 인수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수 후 갚아야 할 3700억원 규모의 공익채권 등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P플랜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지분(74.7%)을 25.0%로 감자하는 동시에 HAAH가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 방식대로 하면 HAAH가 쌍용차 대주주(51.0%)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 11일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지분 감자를 인도중앙은행(RBI)이 승인하면서 P플랜 돌입을 위한 첫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열쇠를 쥔 HAAH의 투자가 미뤄지면서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달 말까지 ‘회생절차 개시 보류’ 기한을 연장해줬다. 만약 이를 넘기더라도 이해 관계자 간 협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고민이 크다. 마냥 기다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오는 31일까지 LOI를 내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게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매각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서울회생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것은 쌍용차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다.

    더 큰 문제는 쌍용차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극한상황까지 내몰렸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 거절’을 받았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494억원에 달했다. 자본 잠식률은 111.8%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이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기초체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닥나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1~2월에 이어 3~4월에도 직원 임금의 절반만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이러한 이상 징후가 계속 나온다면 쌍용차 평택 공장의 생산 중단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된다. 평택 공장은 협력 업체의 납품 거부로 지난달 공장 가동 일수가 3일에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HAAH가 인수 결정을 명확히 밝히고 P플랜에 돌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수 의사를 밝힌 전기버스 기업 에디슨모터스도 매출액이 800억원대에 불과해 3조원 규모의 쌍용차를 품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쌍용차가 끝내 새 주인을 찾지 못하게 되면 통상의 법정관리를 받게 된다. 서울회생법원은 청산가치와 회생가치를 비교해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쌍용차 부채 규모와 미래 경쟁력 등을 놓고 볼 때 청산가치가 높게 나올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이 경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부품 협력 업체들은 납품 대금을 받기 어려워져 줄도산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 ▲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쌍용차
    ▲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쌍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