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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회생여부가 달린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결정 시한이 하루앞으로 다가왔다.
HAAH가 투자를 확정한다면 쌍용차 P플랜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이번 사안에 HAAH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잠재적 투자자인 HAAH 측에 20일까지 투자여부를 결정해달라 요청한 상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20일 HAAH가 투자를 확정짓는 것이다. 이 경우 산업은행 또한 쌍용차 지원을 주저할 명분이 사라진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쌍용차 지원의 최우선 조건으로 잠재적 투자자의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기조는 지난 17일 예병태 쌍용차 사장과의 면담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이날 이 회장은 "산은은 잠재적투자자의 투자 결정, 자금조달 능력 확인 및 사업계획에 대한 객관적 타당성이 검증된다면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금융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금융지원 검토를 위한 쌍용차의 사업계획은 경영정상화의 주체가 되는 쌍용차가 스스로 방안을 강구해 채권단 앞에 먼저 제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노사가 힘을 합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측에서 자금을 지원받으면 쌍용차 경영정상화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재 쌍용차는 P플랜 돌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HAAH오토모티브의 최종 결정과 산은 지원 등이 늦춰지며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HAAH가 투자를 철회한다면 쌍용차는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회생법원은 존속가치와 청산을 놓고 쌍용차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분위기론 HAAH가 결정 시한을 늦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HAAH측의 인수 의지와 상관없이 재무적 투자자(PI)들이 확답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쌍용차가 지닌 약 3700억원에 이르는 공익채권이 꼽힌다. HAAH가 약속한 투자액인 약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보다 더 큰 규모인 만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HAAH가 KDB산업은행에 2500억원의 자금 투입 요구를 지속하는 것도 이같은 부담이 작용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그렇다 하더라도 HAAH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날이 갈수록 쌍용차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생산감소와 판매부진으로 이어진다면 HAAH가 재무투자자들을 설득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단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쌍용차 스스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고도 예상한다.
이동걸 회장이 "생즉사 사즉생(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의 각오로 협상에 임해달라"고 당부한 이유도 고임금 구조를 지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쌍용차 노조 내부에서는 임금 감축 등 고정비를 줄이는 방안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법정관리 당시 2600여명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인적 구조조정 대신 임금을 줄이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단 분석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 최종 투자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 의지"라며 "아직은 고정비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투자가 결정돼야만 임금 감축 등 후속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