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된 가운데, 일부 업체들이 각자대표 체제를 선언해 눈길을 끈다.
업체들은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키 위한 행보라는 설명이나, 업계에선 총괄 경영인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편정범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하고 '3인 각자대표' 체제로의 회사 운영을 선언했다.
신창재 대표이사 회장과 윤열현 대표이사 사장, 편정범 대표이사 사장이 함께 경영을 맡게 된 것이다.
신 회장은 중장기 기업전략을 그리는 전략기획 업무를 맡는다. 윤 사장은 경영지원·대외협력담당을 맡아 자산운용 등을 총괄하게 된다.
이번에 선임된 편 사장은 보험사업담당을 맡아 마케팅 경쟁력 제고, 고객중심 영업 강화, 디지털 혁신을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쓸 예정이다.
미래에셋생명도 3연임에 성공한 변재상 사장과 김평규 전무 각자대표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변 사장은 자산운용과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관리를 총괄하며, 김 전무는 새로 출범한 GA(법인보험대리점) 업무 등 영업총괄을 맡는다.
현대해상 역시 지난해 각자대표 체제를 올해도 이어간다.
조용일 대표는 회사 전체 조직을 총괄하고, 이성재 대표는 인사총무지원부문·기업보험부문·디지털전략본부 등을 맡고 있다.
JC파트너스를 대주주로 맞을 KDB생명 역시 2인 각자 대표 체제가 유력하다.
KDB생명은 최근 대표이사에 최철웅 전 상근감사를 선임했으나, JC파트너스로 대주주 변경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임시 대표를 맡고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JC파트너스는 오승원 전 DGB생명 영업본부장 전무를 영업담당 대표에, 신승현 전 데일리금융그룹 대표를 전략·신사업·재무·자산운용 담당 대표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은 분야별 전문가 선임으로 시장 확대 및 실적 상승 곡선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소법 시행에 따른 리스크가 총괄 경영인에게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각자대표 체제를 선택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업계는 금소법 시행에 따른 첫 위반 '시범 케이스'로 보험사가 꼽힐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다.
최근 보험사 제판분리 움직임에 따른 GA 설립이 활발해지면서 설계사들의 이동 역시 횡행해지고 있다. 이에따른 '고아계약'이 양산되면서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원이 크게 양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오는 7월부터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이 의무화됨에 따라 관련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보험사들의 고용보험료 부담에 따른 저성과자의 구조조정으로 설계사 이직에 추가 탄력이 붙는 것은 물론, 설계사가 실업급여 수령을 위한 최소 수급요건만 갖춘 뒤 다른 회사로 재취업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민원이 제기될 경우 고의·과실이 없다는 점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징벌적 과징금을 물게 되는 등 민·형사, 행정상 처벌을 받게 된다. 이때 무조건적인 CEO 처벌세칙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위법시 처벌이 강해 소송 가능성이 크고 책임이 임원은 물론 CEO에게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단독 CEO 체제를 구축하다가 금소법 시행 전후에 각자대표 체제로 경영을 선회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금소법을 위반하면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CEO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