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역대급 강세장에선 매수 리포트 봇물…하락세 이어진 2월부터 급감목표주가·실제주가 괴리율 40% 넘는 종목 수두룩…목표주가 하향·매수는 유지 "투자의견 시장 후행·주가 부풀리기…기업 눈치·애널리스트 입지 좁아진 탓"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 상향 의견이 잦아들고 있다. 코스피가 두 달째 3000선을 횡보하며 지루한 장세를 보이자, 연초 역대급 강세장에서 낙관 일색이던 종목별 전망 역시 주춤한 모습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투자 의견이 시장을 후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증권사들은 236건의 목표 상향 의견을 제시했다. 주당 평균 59건꼴로 낙관론을 제시한 셈이다.

    증권사의 상향 기조는 코스피가 역대급 강세를 보이던 지난 1월 두드러졌다. 지난 12월 220건이던 상향 의견은 지난 1월 754건으로 급등했다.

    낙관론은 코스피의 하향세와 동시에 급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월 25일 종가 3208.99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조정을 받은 이후 최근 44거래일간 3000선을 놓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미 국채금리 급등과 중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등 '긴축 발작'을 겪으며 코스피가 고전한 탓이다. 덩달아 상향 제시 보고서는 지난 2월엔 562건으로 전달 대비 26% 줄었고, 급기야 지난달엔 1월 대비 60% 넘게 감소했다.

    증권사들의 지난 30일 기준 목표가 평균과 실제 주가 간 괴리율도 상당하다. 

    코스피200 종목 중 괴리율이 40%를 넘는 종목은 14개종목에 달한다.

    한올바이오파마(종가 2만2900원·괴리율 115%), 삼양식품(8만9200원·58%), LG화학(80만8000원·56%), 종근당(13만8000원·56%), LG(9만1400원·52%), 키움증권(12만3000원·53%), 엔씨소프트(8만4500원·49%), 삼성물산(12만6000원·48%), SK이노베이션(22만3000원·44%), 두산퓨어셀(5만1600원·44%), LG유플러스(1만2350원·43%), 코웨이(6만6400원·42%), LIG넥스원(3만9100원·41%), 현대차(21만9500원·41%) 등이다.

    목표주가를 하향해놓고 매수 의견을 유지한 리포트도 다수다. 국내 증권가에서 매도 의견이 드물다보니 이같은 목표주가 하향은 사실상 매도 신호로 읽힌다. 

    지난 3월 목표주가를 하향 제시한 리포트는 31개였지만 이 중 대부분은 동시에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 의혹으로 악재를 만난 엔씨소프트에 대해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하향했지만 모두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분식회계와 4분기 어닝쇼크로 최근 주가가 폭락한 씨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나금융투자는 씨젠에 대해 기존 목표주가 31만5000원에서 26% 낮춘 25만원으로 조정하면서도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지난 31일 기준 씨젠의 주가는 13만100원이다.

    시장 추이에 따라 매수 리포트가 급증 또는 급감하는 후행적 투자 의견을 보이고, 목표주가를 하향하고도 매수 의견을 유지하는 증권가 관행에 대한 지적은 오랜 시간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증권사가 발간하는 보고서가 부정확한 이유에 대해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실적 지표나 경영 상황 분석보단 대상 기업과의 관계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탓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는 사실상 주식 매수자를 대상으로 리포트를 발행하기 때문에 매도보단 매수 리포트가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목표주가만 내려도 기업 탐방이 막히고 투자자 항의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소신껏 의견을 내기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과거보다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떨어지면서 질 좋은 리포트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면서도 "낙관적인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차지하더라도 전망이 시장을 뒤따르는 것은 보고서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