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및 공급량 감소에 공공택지 경쟁 치열정부, 주택품질 및 주거정책 참여도 반영 택지 공급중견·중소사 "낙찰 가능성 낮아져 수익성 악화 불가피"
  • 정부의 공공택지 공급 방식을 두고 건설업계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및 공급 총량 감소세 등 영향으로 건설사 간 공공택지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새로 도입된 공공택지 평가제가 중견·중소건설사 입찰 과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지난달 23일부터 공공택지 공급방식을 기존 단순 추첨제에서 평가제까지 다양화했다. 평가제는 건설사의 주택 품질이나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 참여도 등을 평가해 견실한 업체에 우선 공급하는 방식이다.

    공공택지의 경우 1984년 추첨제로 공급된 이후 2005~2006년 일시적으로 채권 입찰제 등이 시행된 것을 제외하면 추첨 방식이 유지됐지만, 일부 건설사들이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하는 등 '벌떼입찰'이 성행하면서 공급방식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친환경·주택품질 관련 지표 등을 택지 청약 기준으로 활용해 일정 수준 이상의 업체에 공급 우선권을 부여하고, 매입약정형 매입임대, 공공전세 주택 사업 등에 참여한 실적이 우수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경우 우선 공급하거나 가점을 적용한다. 택지 수급에만 목적을 둔 건설사들의 입찰을 차단한다는 것이 골자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에는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 용지의 36%를 경쟁 방식으로 전환하고, 2024년까지는 전체의 60%로 확대한다. 다만 국토부가 지난해 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이후 중견·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가 내놓은 평가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형건설사들에게 유리한 기준에 따라 중견·중소건설사의 낙찰 가능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택지 공급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되면서 매년 공공택지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기존에 해외사업이나 재개발·재건축에만 관심을 갖던 대기업들도 하나 둘씩 뛰어든 지 오래다"라며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추첨제 방식을 통해 그나마 낙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평가제를 적용할 경우 자본력이나 경험 측면에서 대기업에 비해 부족한 만큼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공공택지 공급량을 살펴보면 ▲2014년 182필지 ▲2015년 182필지 ▲2016년 121필지 ▲2017년 109필지 ▲2018년 109필지 ▲2019년 83필지 ▲2020년 87필지로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입찰 경쟁률도 수백대 일까지 치솟은 상태다.

    공공택지 확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부 대형건설사들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정비사업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사업에 난항을 겪으면서 공공택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대형건설사 입장에서는 평가제 도입에 따라 입찰 기회가 확대된 만큼 다소 긍정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중견·중소건설사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앞세워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추첨제의 경우 그간 벌떼입찰, 독점공급 등 많은 문제가 있었던 만큼 평가제 도입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공정한 경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