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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전 KDB생명 사장이 지난해 성과급 2억 4000만원을 이례적으로 조기 수령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최근 주주총회를 끝으로 물러난 정 전 사장이 KDB생명의 새 주인인 JC파트너스의 경영참여 전 미리 성과급을 챙긴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KDB생명 주주총회 이후 정 전 사장은 매각 성과급 5억원과 별도로 기존 연봉의 80%인 일반 성과급 2억 4000만원을 챙겼다.
임원들도 사장과 함께 성과급을 지급받았는데 올 초 퇴직임원은 직전연봉의 50%를, 재직 중인 임원은 연봉의 70%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 사장을 포함한 임원진들의 성과급은 총 9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문제는 성과급 지급이 평소보다 2개월 가량 앞서 지급됐다는 점이다. 이례적인 조기지급이라 회사 내부에서는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노조 관계자는 "통상 임원들의 전년도 성과급은 4~5월에 지급된다"며 "그러나 주총이 끝나고 퇴사하자마자 성과급을 바로 지급받는 모습이 썩 개운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JC파트너스가 경영참여 후 이전 임원진들의 경영능력을 이유로 성과급 지급을 문제삼을까 신속히 성과급을 챙겼다는 해석도 흘러나온다.
JC파트너스는 조만간 인수단을 꾸려 KDB생명에 파견, 내부 경영사정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정 전 사장의 경영능력은 꾸준히 논란을 빚어왔다.
특히 정 전 사장이 재임 기간 중 투자를 주도했던 미국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론테라(Frontera)'의 손실액이 상당함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성과급만 챙겼다는 지적이다.
프론테라는 글로벌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달 미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프론테라에 약 360억원 가량이 투자됐는데 이중 250억원이 지난해 실적 손실액으로 반영됐다"며 "전액 투자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올해 실적에도 나머지 프론테라 손실분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논란거리다. KDB생명은 지난해 4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보증준비금환입액에 따른 어부지리 순이익일뿐 진성 흑자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DB생명의 지난해 보증준비금환입액은 약 400억원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보증준비금환입액과 임원진 성과급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급여력(RBC)비율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RBC비율은 200.64%로 전년(215.12%)대비 14.48%포인트 줄었다.
RBC(지금여력)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금리상승과 가용자본이 요구자본을 못따라가면 RBC비율은 하락한다. 금융당국에서는 150%를 넘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전 사장의 경영능력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 투자손실 책임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국민 혈세나 다름없는 성과급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성과급 조기 지급 관련, 해당 부서의 조직원들이나 다른 부문의 부서장들도 알지 못하게 전자결재를 거치지 않고 경영지원 부문과 전략기획 부문의 수장들이 만나 밀실에서 서둘러 지급 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진만 연봉의 반 이상을 성과급으로 받을 만큼 그간 대단한 성과를 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KDB생명 측은 "정 전 사장에 대한 성과급 지급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전년도 성과급 일정은 내부적으로 자체 검토하고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 지급 일정에 대해서도 공식화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