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심 패소 후 ‘판결 부당성’ 담아 서울고법에 전달‘폐암 발생의 타 원인도 증명’ 비특이성 논란, 2심서 달라질지 ‘촉각’담배회사 ‘제조물책임’도 핵심 주제로 거론
  • 약 530억원 규모의 담배소송이 2라운드에 진입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11월 1심서 패소한 후 판결의 부당성과 함께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쟁점은 흡연으로 인한 폐암발생의 인과성 등 증명책임을 2심 재판부에서는 달리 판단할지 여부다. 앞서 서울중앙법원은 ‘흡연 외 다른 원인으로 인해 폐암이 발병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라’는 기조를 유지했다.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소송대리인 대륙아주를 통해 서울고등법원에 담배소송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이날 안선영 건보공단 변호사는 본지를 통해 “1심 재판부가 흡연으로 인한 폐암을 특이성, 비특이성 질환으로 임의로 구분해 증명책임을 구분했다”며 “항소이유서에는 이러한 판결이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이성 질환은 특정 요인으로 발병해 원인과 결과가 일치하는 경우를 말하며 비특이성 질환은 선천적 요인과 후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즉, 1심에서는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폐암을 비특이성 질환으로 판단한 것이다. 개인의 생활 습관과 유전,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때문에 폐암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폐암은 선암, 소세포암, 편평세포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질병발생 상대위험도에서 선암은 2.1배, 소세포암은 21.7배, 편평세포암은 11.7배로 차이가 난다는 결과가 1심 판결문에서도 명시됐다. 

    이처럼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흡연과의 연계성이 매우 밀접한데도 1심 재판부는 비특이성 질환으로 규정해 엄격한 증명책임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담배가 암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실은 받아들이면서도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전날 건보공단 토론회에 참석한 알렉스 브로드벤트 요하네스버그대 교수는 “흡연으로 인해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이 발병했다는 사실은 합리적 추론에 해당하는 ‘스모킹 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흡연 이외에 다른 원인으로 위 암종이 발병했다는 점을 증명하라는 것은 어떤 가해자가 총을 쏴서 피해자가 죽은 상황에 대해 피해자가 다른 원인으로 죽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라는 주장과 같다”표현하며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지적했다. 

    ◆ ‘저니코틴=건강한 제품’ 마케팅, 제조물책임 有 
     
    담배 소송의 쟁점 중 하나는 담배회사의 ‘제조물 책임’이다. 담배의 유해성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할 책임이 제조사에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담배소송 항소이유서에도 관련 내용이 담겼다. 

    안선영 변호사는 “불법행위책임과 관련해 담배회사들이 저타르, 저니코틴 제품의 위험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제품이라는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위험 인식을 저해시킨 점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1심 재판부는 흡연이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판단했는데 오히려 담배회사들이 담배의 유해성 및 중독성에 대하여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충분한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담배는 고엽제와 마찬가지로 인체에 유해한 독성물질이 혼합된 화학제품이므로 제조업자인 담배회사들이 고도의 위험방지의무를 부담한다는 점 ▲중독성을 유발하거나 최소화하는 수준으로의 '니코틴 저함량' 담배 설계가 가능함에도, 담배회사들이 이를 채택하지 않은 점 등이 주요 쟁점 사안으로 거론됐다. 

    이와 관련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사법부의 잣대대로 유해물질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계속 묻힌다면 결국 전체 국민의 피해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담배소송을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