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1공장 이어 美 조지아 공장도 생산 차질TSMC·르네사스 화재·정전 등 '복합위기'"대체 소자 활용-사양·설계 변경-내재화 등 모든 수단 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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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현대자동차·기아까지 덮쳤다. 생산 현장의 차질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번지고 있다. 코로나 충격과 맞물린 반도체 품귀 현상이 가까스로 살아난 수요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지난 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아는 이번 주 중 이틀간 미국 조지아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회사 측은 “생산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2006년 세워진 조지아 공장은 약 79만평 규모로 3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생산 능력은 연 34만대씩이다. 지난해 가동률은 65.9%로 22만4200대를 만들었다. 현재 중형 세단 K5와 쏘렌토, 텔루라이드 등을 생산하고 있다.기아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조지아 공장 문을 이틀간 닫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현지에서 6만6523대를 팔면서 월간 기준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려놓고, 외부 변수에 눈앞에 펼쳐진 호황을 놓치게 된 셈이다.반도체 부족 사태에 따른 위기는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 1공장을 오는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하기로 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와 아이오닉5 부품 공급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코나는 반도체의 세계적 공급난에 따라 전방카메라에 장착할 반도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휴업으로 코나는 5000여 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해졌다.반도체를 둘러싼 환경은 더 나빠지고만 있다. 최근 대만 북부 신주(新竹) 과학단지 내 TSMC 12공장에서는 화재와 정전이 발생했다.일시적 정전만으로 반도체 공정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업계는 생산에 영향을 미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세계 1위다.게다가 미국 한파, 일본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의 공장 화재까지 겹쳤다.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 1분기(1~3월)에 주요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이 130만 대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공급 회복 노력은 기존 관측인 4분기(10~12월)가 아닌 내년 초에야 시작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그동안 현대차·기아는 쌓아둔 재고로 버텼지만, 이마저도 조만간 동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달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4월 위기설’을 잠재우기 힘든 상황이다.기아는 이달에 화성 공장에서 주말 특근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 차질이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현대차·기아는 반도체 품귀 현상 대응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전사적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공급 체계를 점검하고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동시에 재고 확보, 대체 소자 발견, 사양 변경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그룹 내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대체품을 공급하고, 설계 변경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 경기 용인시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고봉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섹터장(상무)은 “범용이 된 반도체의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며 “워낙 많은 부품에 반도체가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상황을 밝혔다.이어 “사태가 장기화하는 걸 고려해서 대체품 개발 및 적용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에 쓰이는 130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반도체 대신 55나노, 18나노 공정 반도체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향후엔 내재화를 준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고 상무는 “우리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반도체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기 때문에 반도체를 내재화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한 업계 관계자는 “제2의 와이어링 하니스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며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냐에 따라 수익, 생존에 직결될 정도로 정부 차원의 즉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