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이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일반투자자 기준 조정 성립시 3000억원 반환NH투자증권 요구 '다자배상안' 수용되지 않아
  •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관련한 분쟁 조정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근거로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결정했다.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에 이러한 법리가 적용된 것은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이어 두 번째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주장해온 다자배상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하나은행(수탁은행)은 검찰 수사가, 예탁결제원(사무관리사)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책임 소재가 규명되지 않아 현 시점에선 곤란하다는 판단에서다.

    6일 금감원 분조위는 옵티머스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2건(일반 투자자)에 대해 모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조위는 계약체결 시점에 옵티머스펀드가 공공기관 발주 공사(용역) 관련 확정매출채권을 펀드자산으로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자산운용사의 설명에만 의존해 운용사가 작성한 투자제안서 등을 통해 상기 확정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설명함으로써 투자자 착오를 유발했다고 인정했다. 

    민법 제109조에 따르면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취소가 가능하다.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정도를 의미한다.

    아울러 분조위는 일반 투자자인 신청인이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 투자 가능 여부까지 주의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판매사도 신청인과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었다고 주장하는 점 등을 고려해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이 2019년 6월부터 2020년 5월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 54개(6974억원) 중 환매 연기된 펀드는 35개다. 금액은 총 4327원으로 다수 투자 피해자(개인 884좌·법인 168좌)가 발생했다. 

    이번 권고결정은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전문투자자 투자금은 해당되지 않는다. 옵티머스 펀드에 묶인 개인 투자금은 2092억원, 법인은 2235억원이다. 이 중 전문투자자의 투자금은 총 1249억원이다. 전문 투자자의 경우 NH투자증권과의 합의 또는 소송을 거쳐 투자금을 반환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쟁조정은 분쟁 신청인과 금융회사가 조정안 접수 20일 이내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된다.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금번 조정이 성립되면 나머지 일반 투자자에 대해서는 분조위 결정내용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조정 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약 3000억원(일반 투자자 기준)의 투자 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NH투자증권이 주장해온 다자배상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분조위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분쟁조정하는 것은 펀드 환매연기로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았고, 관련된 기관들의 책임소재도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판매사(NH투자증권), 수탁은행(하나은행), 사무관리사(예탁결제원)간 책임소재에 논란, 사후정산방식 손해배상 동의여부 불확실, 위법행위 여부 등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다자배상을 논하기 곤란하다는 판단이다.

    다자배상안이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의 동의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의 빠른 피해 회복을 위해 법률 검토를 거치고 사실관계가 명확한 부분에 대해 합리적 배상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이 분조위의 결정을 거부하면 민사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피해자 배상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철웅 금감원 부원장보는 "분조위 권고안은 투자자와 NH투자증권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의미가 없다. 양측을 모두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의견을 내야한다고 판단했으며, 그에 따른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NH투자증권 이사회에서 이번 조정 결정안에 대한 이익 여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수용 거부로)향후 소송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각종 소송비용 등 금전적 피해 뿐 아니라 NH투자증권에 대한 투자자 신뢰 회복 측면에서 더 큰 대외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