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파적 인하' 전망에 캐나다·일본發 긴축 공포 겹쳐글로벌 금리 일제 오름세, 회사채 금리도 올라 '돈맥경화' 우려반도체에 가려진 경기둔화 우려 확산, 산타랠리 '기우뚱'
  • ▲ 제롬 파월 美 연준의장ⓒAFP 연합
    ▲ 제롬 파월 美 연준의장ⓒAFP 연합
    미국의 금리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외 채권금리가 상승, 연말 '산타 랠리(Santa Rally)'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일 것이라는 관측에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며 글로벌 채권 금리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마저 악화하며 유동성 경색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 12월 FOMC, 인하는 하되 산타는 없다 … ‘매파적 인하’ 공포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9~10일(현지시간) 열리는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내용은 상당히 매파적일 것으로 경계하고 있다. 

    국내외 19개 기관 모두 25bp(1bp=0.01%포인트) 인하를 전망했으나,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로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BNP파리바 등 주요 기관은 파월 의장이 향후 금리 인하 조건을 높이고, 점도표를 통해 '내년 추가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12월 인하가 '마지막 인하'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자극하며 시장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캐나다발 쇼크에 일본 금리 18년만 최고 … ‘글로벌 긴축 발작’

    미국의 긴축 경계감에 불을 지핀 건 뜻밖에도 캐나다였다. 캐나다의 11월 실업률이 6.5%로 급락하며 '고용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캐나다 중앙은행의 추가 인하 기대가 소멸하며 금리가 급등했다. 이 여파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FOMC를 앞두고 4.137%까지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은행(BOJ)발 긴축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시사하면서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1.948%를 기록,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일본 금리 상승은 전 세계 자산 시장을 떠받치던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청산을 유발할 수 있어 글로벌 유동성의 뇌관으로 지목된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상방으로 전환됐다며 "다음 움직임은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독일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약 9개월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 韓 채권 금리도 '들썩' … 기업 자금줄 마르나

    글로벌 금리 발작은 국내 채권시장으로 즉각 전이됐다. 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034%로 전 거래일 대비 4.0bp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채 선물을 대거 순매도하며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더 큰 문제는 회사채 시장이다. 국고채와 회사채(AA- 등급) 간 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최근 0.458%포인트까지 벌어지며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거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SK텔레콤과 KCC글라스 등 우량 기업들조차 연말 회사채 발행 계획을 내년 1분기로 미루는 등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10월 회사채 발행 실적은 전월 대비 16.6% 급감했다.

    ◇ "반도체 빼고 다 춥다" … 실적 양극화에 유동성 위기 '이중고'

    기업들의 펀더멘털도 녹록지 않다. 올해 11월까지 15대 주요 품목 중 반도체 등을 제외한 10개 품목의 수출이 역성장하며 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과 건설업 등 부진한 업종은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며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문제는 내년 1분기다. 약 3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내년 1~3월에 집중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며 금리 인하 지연과 업황 부진이 맞물린 '돈맥경화'가 산타 랠리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권가의 관계자는 "매파적 FOMC와 일본의 금리 인상 시그널이 겹치며 연말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할 때"라며 "특히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한계 기업에 대한 투자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