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8% 폭락 3900 붕괴, 外인 2.8조 매도 폭탄역대급 '빚투'에 개미들 반대매매 공포감 현실화 우려 "진짜 위기는 다음주 화요일" … 공포지수 44선까지 치솟아'AI거품론' 당분간 증시 지배할 듯 … 빚투 주의해야
  • ▲ ⓒ연합
    ▲ ⓒ연합
    국내 증시가 21일 다시 한번 '검은 금요일'의 공포에 휩싸였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재점화되며 코스피가 4% 가까이 폭락하자, 빚을 내 주식을 산 개인 투자자(개미)들 사이에서는 대규모 반대매매(강제 청산)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1.59포인트(3.79%) 하락하며 급락하며 3853.26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2조823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이 차가웠던 점이 'AI 회의론'에 불을 지폈고, SK하이닉스(-8.75%), 삼성전자(-5.76%) 등 반도체 대장주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721개 종목이 하락했으며 상승은 174개에 그쳤다. 코스닥 역시 3.13% 빠지며 863.95로 주저앉았다.

    최근 코스피 시장은 역대급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3% 이상 하락한 날만 3거래일이며 2% 이상 하락한 날까지 더하면 5거래일에 달한다. 코스피가 다른 나라 증시보다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하락폭이 더 큰 변동성 장세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반대매매 '뇌관' 터질까.

    문제는 이번 폭락장이 오기 전부터 이미 '빚투'의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폭락 직전인 지난 18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33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미수금 대비 3.6%에 달하는 수치로, 지난 2024년 8월 6일(4.6%)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비중이다.

    최근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저가 매수를 노린 개미들이 미수거래(초단기 외상)를 늘렸지만,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면서 강제 청산이 잇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규모도 1조157억원으로 여전히 1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뇌관은 제거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신용거래융자' 뇌관도 심각하다. 2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 8471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신용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일정 기간 내에 갚는 것으로, 통상 담보 유지 비율(140%) 밑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다음 날 장 시작과 동시에 강제 처분(반대매매)된다.

    ◇ "오늘은 예고편" … 다음주 화요일 '역대급 물량' 쏟아질수도

    증권가에서는 "오늘의 하락보다 반대매매가 쏟아질 다음주가 더 무섭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통상 반대매매는 주가 하락으로 담보 비율이 부족해지면 2거래일 뒤(T+2) 장 시작과 동시에 하한가로 매도 주문이 나간다. 이날 기록적인 폭락으로 인해 담보 부족 계좌가 속출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다음주 초 증시가 반등하지 못할 경우 이 물량은 오는 25~26일 아침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2023년 10월 영풍제지 사태 당시 하루 실제 반대매매 금액이 역대 최대인 5532억원까지 치솟으며 지수를 멘붕에 빠뜨린 적이 있다"며 "오늘 하락 폭을 감안하면 다음주 초 반대매매 규모가 평소의 수십 배에 달하는 '매물 폭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매매가 주가를 떨어뜨리고, 떨어진 주가가 다시 반대매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 일명 '공포지수'는 최근 44.65까지 치솟으며 수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공포가 극에 달했다는 의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7.7원 오른 1475.6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