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 '十日天下' … 동학개미 매수 '배수진', 외인 '팔자'에 무너져코스피, -1.81% 내린 3953.76 마감…장중 3900선도 붕괴외국인 9일간 9.7조 원 '투매'…원화 약세·美 AI 거품론에 '셀 코리아'환율 1460원 위협…외인 매도에 원화 약세 압력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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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AI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빅테크발 해고 바람까지 번지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렸다. 

    간밤 뉴욕 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급락한 충격은 한국 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동학개미'가 7000억 원에 가까운 '매수' 배수진을 쳤지만, 외국인의 9일 연속 '매도 폭탄'을 막아내지 못했다. 

    7일 코스피는 '검은 금요일'을 맞으며 장중 3900선이 붕괴되는 등 폭락세를 보였고, 결국 4000선 수성에 실패했다.

    간밤 미국발 'AI 거품론'이 재점화되며 기술주가 급락한 데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선을 넘어서며 원화 약세가 심화된 것이 외국인의 투매를 부채질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4026.45)보다 72.69포인트(-1.81%) 내린 3953.76에 거래를 마쳤다. 10월 27일 '사천피' 시대'를 연 이후 10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4000선이 무너진 것이다.

    지수는 1.53% 하락한 3963.72로 출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에 장중 3887.32까지 밀리며 전일 대비 3.45% 폭락했다. 이후 개인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일부 줄였으나 4000선 회복에는 실패했다.

    '동학개미' 개인 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홀로 6956억 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물량을 받아냈다. 하지만 외국인은 4716억 원, 기관은 2282억 원을 '쌍끌이' 순매도하며 지수를 압박했다.

    외국인은 이로써 9거래일 연속 '셀 코리아'를 이어갔다. 지난달 28일부터 9일간 누적 순매도액은 9조7201억 원에 달한다.

    간밤 뉴욕증시가 AI 고평가 논란에 급락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6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1.90% 급락했으며, 특히 엔비디아(-3.65%) AMD(-7.27%) 등 AI 관련주가 폭락하며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10월 미국 일자리 감축 규모가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원화 약세가 외국인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넘어서며(장중 1456.7원) 연고점을 위협했다.

    증권가는 원화 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KB증권은 "미국보다 빠른 한국의 유동성 공급 속도(M2 증가율)" "연 200억 달러 규모의 對미국 투자로 인한 구조적 자금 이탈", "내수 부진(Japanification)" 등을 근거로 원화 약세의 장기화 리스크를 지적했다. 외국인 입장에선 환차손(換差損)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 달러로 환전할 유인이 커진 셈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일제히 '파란불'이 켜졌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1.31%(1300원) 내린 9만7900원에 마감하며 '9만 전자'로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도 2.19%(1만3000원) 하락한 58만 원에 마감했다.

    이외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4.85%) HD현대일렉트릭(-6.51%) 두산(-7.37%) 현대로템(-6.27%) 등이 급락했고, 현대차(-1.86%) LG에너지솔루션(-1.38%) KB금융(-1.28%) 등 시총 상위주 대부분이 하락했다.

    한편 코스닥 시장도 11거래일 만에 870선으로 밀려났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36포인트(-2.38%) 내린 876.81로 마감했다. 코스닥에서도 개인이 950억 원을 순매수했으나, 기관이 622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9.2원 오른 1456.9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458원까지 오르며 1460원에 바짝 다가섰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거세져 원화가 약세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