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11월 日 순매수액 3억달러 남짓한은 집계 외환시장 日 거래규모 689억달러의 0.43% "서학개미 책임론 근거없어, 구조적 요인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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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을 위협하자 외환당국이 증권사들을 소집해 '군기 잡기'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당국은 서학개미의 환전 수요가 아침에 몰려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고 지목했으나, 최신 데이터와 지난해 시장 규모를 비교해보면 이는 통계적 착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690억 달러 vs 3억 달러" … 체급이 다르다28일 한국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 데이터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의 매수세가 전체 외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중 외국환은행의 외환거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환은행의 하루 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689억 6000만 달러(약 96조 5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통계 개편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반면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이달(11월) 들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약 59억 3442만 달러다. 이를 영업일(약 20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순매수 규모는 약 2억 9600만 달러 수준이다.단순 계산으로도 서학개미의 영향력은 전체 외환시장 하루 거래량의 0.43%에 불과하다. 하루 700억 달러 가까이 치열하게 사고팔리는 거대한 외환시장에서 서학개미가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셈이다.◇ '현물환' 좁혀 봐도 비중 1%대 … 진짜 큰손은 따로 있다당국은 "개미들의 환전은 실제 달러가 오가는 '현물환(Spot)' 거래라 영향이 크다"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논리마저 힘을 잃는다.지난해 일평균 현물환 거래 규모는 256억 7000만 달러였다. 서학개미의 일평균 순매수액(약 3억 달러)을 이 현물환 시장에 대입해봐도 비중은 1.1% 남짓이다. 나머지 99%는 기업의 수출입 결제나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가 차지한다.오히려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진짜 주범'은 외환파생상품 시장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외환파생상품 거래는 일평균 432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8% 급증하며 전체 시장의 '63%'를 장악했다. 환율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투기적 거래와 헷지(Hedge) 물량이 이곳에서 쏟아지기 때문이다.◇ "9시 병목현상은 '팩트', 환율 주범은 '핑계'"전문가들은 당국의 진단이 '타이밍'과 '추세'를 혼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증권사들이 통합증거금 정산을 위해 오전 9시 개장 직후 달러를 집중 매수하는 관행 탓에 장 초반 '호가 공백'이 발생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하루의 단기 수급 이슈일 뿐, 환율을 구조적으로 1500원대까지 끌어올리는 동력은 될 수 없다.증권가 관계자는 "장 초반 특정 시간대에 2~3억 달러가 몰리면 일시적으로 호가가 튈 수는 있지만, 이는 그날의 변동성 재료일 뿐"이라며 "지금의 환율 급등은 거대한 대미투자와 한미 금리역전, 기관들의 외환 수요 등 거시적 요인이 만든 결과"라고 분석했다.이어 "당국 주문대로 실시간 환전을 늘리거나 시장평균환율(MAR)을 도입하면 증권사 리스크 관리 비용이 늘고, 이는 고스란히 고객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환율 1500원을 막지 못한 정책적 책임을 왜 개미들이 비용으로 떠안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