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표적 미국통인 류진 풍산 회장 미국서 고전 왜산업용 동판·주화 제조업체로 1989년 오하이오주 설립PMX 적자행진 풍산 실적에 악영향…시장 평가 엇갈려
  • 류진 풍산 회장은 방위산업 특성상 미국 정부와 접촉할 일이 많다 보니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통'으로 통한다.

    다만 풍산의 미국 자회사인 PMX인터스트리(PMX Industries)가 최근 3년 연속으로 적자 수렁에 빠지면서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 처지로 전락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풍산은 국내 1위 구리 가공업체다. 구리, 아연, 니켈, 주석 등 비철금속을 소재로 해 신동제품을 제조, 가공, 판매하는 신동사업부문과 각종 탄약류를 제조, 판매하는 방산사업 부문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PMX는 지난해 매출 4793억원, 손손실 5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9년 3973억원보다 늘었으나 3년째 적자기조가 이어졌다. 2018년 80억원, 2019년 136억원의 순손실을 3년간 누적 순손실은 280억원에 달한다. 

    풍산이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1989년 미국 오하이오주에 설립한 PMX는 경영 안정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다. 수요 감소에 따른 가동률 저하로 고정비와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매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기동(Copper)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동 국제가의 변동은 PMX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격이 내려갈수록 원재료 매입가보다 제품 판매가가 낮아지는 메탈로스(Metal Loss) 규모가 커진다. 

    설립된 지 30년이 지난 PMX는 지금까지 많은 우여골적을 겪어왔다. 

    앞서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는 12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PMX 실적 악화는 풍산의 자금지원으로 이어졌다. 풍산은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PMX에 약 1700억원을 수혈했다. 

    풍산의 자금 지원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실적개선을 이뤄내긴 했지만 업황 불황 탓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등 흑자와 적자를 지속적으로 반복했다.

    미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풍산 입장으로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라도 PMX 살리기에 주력했다. 

    문제는 PMX 적자 행진이 풍산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일각에선 2018년부터 다시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그룹의 추가적인 자금 지원에 대한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풍산의 향후 전망에 대한 평가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글로벌 경기회복, 공급 우려 등이 상존하고 유동성 역시 풍부한 상황이나 전년대비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낮다"면서 "지난 1월 이후 나타나고 있는 달러 강세는 전기동을 비롯한 비철금속 시황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관측했다. 

    전기동 가격 상승 추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실적과 모멘텀 측면에서 반가운 사항은 아니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는 "다만 구리 정광 주요 수출 국가인 칠레와 페루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 국면에 있다"면서 "이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당사 예상을 넘어서는 구리 공급 차질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전기동가격 강세 수혜를 입은 풍산이 향후 실적과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 점쳤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방산 내수 부진에 따른 전체 방산 매출 감소에도 신동 판매량이 증가했으며 전기동 가격 상승으로 100억원 규모의 재고평가이익이 예상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동광석 생산지역의 작업이 차질을 빚었던 반면 상반기 중국의 전기동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리 가격 랠리로 인해 구리 관련주인 풍산이 최소 2분기까지 이익 기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구리 가격이 9000달러를 돌파했다"라며 "구리 가격 랠리의 중요 동력이 인플레이션 기대라 판단하고 있으며 추가 부양책과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가 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풍산은 구리 가격 변동에 따라 신동 부문과 연결 회사 PMX의 이익으로 대표적인 구리 관련주라고 그는 설명했다.

    방 연구원은 최근 전기동 가격 레벨을 본격적으로 반영하는 2분기에도 추가로 신동 부문의 이익이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는 코로나19 타격으로 기저가 매우 낮은 상황인데, 전년도 기저가 높은 방산 부문은 미주향 수주가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올해는 신동이 이익 모멘텀을 견인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